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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폐기’ 카드 꺼낸 트럼프, 北도발 속 선택은?

‘한미FTA 폐기’ 카드 꺼낸 트럼프, 北도발 속 선택은?

등록 2017.09.04 11:20

주혜린

  기자

북핵 위기 최고조 치닫는 상황···한미동맹 심각한 균열 초래우리측, “향후 재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 차지하려는 협상용” “트럼프 대통령 오는 5일 한·미 FTA 철회 의향서 보낼 수 있어”

도털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제공)도털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국내외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실제 폐기로 이어진다면 한·미동맹의 큰 타격이 올 수 있어 트럼프의 선택에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해 협정에 남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FTA 폐기를 위한 내부 준비는 많이 진척됐으며 공식적인 폐기 절차를 이르면 이번주에 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5일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열 것”이라며 “정말 FTA를 폐기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협상 전략인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언급한 2일(현지 시각)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 간 전화 통화를 한 바로 다음 날이다. 양국이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공조해 대응해야 할 위기 상황에 무역 관련 초강경 수를 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아 양국 내에서도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측은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엄포용일 가능성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무역대표부(USTR)를 통한 공식 답변 대신 직접적으로 폐기를 언급하며 국면 전환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캐나다와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지난달 17일 첫 번째 협상이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에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이뤄져 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시점인 만큼 동맹 관계인 한국와 미국이 경제 문제를 놓고 대립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이 FTA를 두고 갈등을 키우다 보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또 한미 FTA가 폐기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전미제조업협회는 회원사들에 긴급 이메일을 보내 행정부와 의회를 접촉해 한·미 FTA 폐기를 반대하라고 독려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의 항공 수출이 80억 달러(약 9조원)로 배 증가했고, 농산물 수출도 껑충 뛰었다”며 “FTA를 폐기하면 백악관과 업계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교역 규모 6위로, 한미 FTA가 폐기되면 미국이 받을 충격도 크다. 재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운동 당시부터 탈퇴하겠다고 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실제로 탈퇴했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참여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도 강행했다는 점에서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일 혹은 더 이른 시간에 한·미 FTA 철회 의향서를 보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특별 공동위원회에서 FTA 개정 협상을 즉각 시작하자는 미국 요청을 거부하고 “FTA 경제적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조사·분석·평가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한·미 FTA 협의 후 전혀 진전이 없어서 화를 많이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 참모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 등 통상 라인은 폐기를 주장한다.

반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 핵 위협 와중에 한국과 무역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비롯해 한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FTA를 폐기하면 한국민들의 반미감정을 자극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한·미 간 무역전쟁 시 오히려 미국이 불리하다면서 폐기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공식적으로 한미 FTA 종료 요청을 하면 한국 정부는 미국에 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FTA를 폐기하려면 한 국가(미국)가 상대국(한국)에 서면으로 FTA 종료 의사를 통보하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한국이 30일 안에 협의를 요청하면 미국은 요청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상에 응해야 한다. 한국이 협의를 요청하지 않으면 FTA는 180일 후 자동 폐기된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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