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5일 목요일

  • 서울 10℃

  • 인천 10℃

  • 백령 10℃

  • 춘천 11℃

  • 강릉 13℃

  • 청주 11℃

  • 수원 10℃

  • 안동 10℃

  • 울릉도 13℃

  • 독도 13℃

  • 대전 11℃

  • 전주 11℃

  • 광주 8℃

  • 목포 10℃

  • 여수 13℃

  • 대구 12℃

  • 울산 10℃

  • 창원 11℃

  • 부산 12℃

  • 제주 9℃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정부지원 있었나?

[이재용 재판, 120일의 기록③]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정부지원 있었나?

등록 2017.08.18 09:54

수정 2017.08.18 09:55

강길홍

  기자

회사차원서 사업적 판단에 따라 결정엘리엇 등장 후 직원들도 합병 노력이 부회장은 오히려 반대하다가 동의국민연금에 대한 정부 지시 안 밝혀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의 혐의와 관련한 1심 공판이 120여일만에 마무리됐다. 선고는 오는 25일 이뤄진다. 매주 3~4차례 진행된 공판에 나왔던 60여명 증인의 증언을 비롯해 특검과 변호인의 공방, 피고인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본다. 편집자 주]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 합병은 사업적 판단에 따라 각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했고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26일 합병 결의를 공시했다. 삼성 측은 양사가 사업적 시너지를 위해 자율적으로 합병을 결정했고 이를 미래전략실에서 최종 승인했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 역시 양사가 합병을 결정한 이후 이를 보고받았다.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각 사가 시너지를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양사의 합병에 대한 보고를 듣고 며칠간 고민하다가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하는 사업들에 대한 지식도 없고 업계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며 “양사 합병 결정은 각 계열사 사장들하고 미전실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경쟁사보다 해외사업을 늦게 시작하면서 손실이 뒤늦게 반영됐고, 상사 부문도 유전 개발 사업 부진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부회장은 오히려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합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경영진에 건의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동의를 하고 넘어갔지만 엘리엇 등장 이후 재검토를 건의했다”며 “우리 경영진이 ‘악랄한 벌처펀드’와 싸우는데 시간을 뺏기면서까지 합병을 해야하나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엘리엇과의 싸움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었고 경영진에도 합병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부회장은 결국 동의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엘리엇 측과의 표대결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국내 일간지 1면에 광고를 내고 개인투자자들의 지원을 호소하고, 위임장을 받기 위해 수박을 들고 전국의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정부의 확실한 도움을 약속받았다면 이 같은 행동은 굳이 필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과 만남을 갖는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 측에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요청해 2015년 7월7일 마주앉게 됐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주주환원정책 강화 등 원론적인 의견을 밝혔지만 경영승계 등의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

삼성과의 만남 이후 홍 전 본부장은 합병 찬반 의사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고민했다. 홍 전 본부장은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투자위원회에서 먼저 논의키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정부의 지시로 찬성 의견을 끌어내기 위해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에서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내규에 따르면 투자위에서 찬반 판단이 곤란할 경우에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한다고 규정돼있다.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 전문위에 올라간 관련 안건도 ㈜SK와 SK C&C 합병안 처리가 유일했다.

정부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들이 대통령 지시를 전달받았다는 부분은 사실관계 인정이 되지 않았다.

마침내 7월17일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됐다.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의 참석률은 83.57%로 집계됐다. 전체 주식 총수에 대비한 합병 찬성률은 58.91%였다.

양사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특검 측 주장과 달리 오히려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전기·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가운데 500만주를 처분하게 됐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