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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철 기자
등록 :
2017-07-18 08:16

수정 :
2017-07-18 08:24

[현장에서]탈원전 놓고 오락가락하는 한수원 이관섭 사장

이관섭의 ‘예스맨’ 행보, ‘영구중단 안돼’ 태도 돌변
책임 안지려는 관료 출신 사장의 한계 노출 풀이
임기 보장 위해 협조했지만 확답없었다는 소문도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7일 오전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 도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관섭 한국수자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의 행보가 오락가락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탈원전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발언과 제반 조치를 취하더니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신고리 5,6호기가 영구 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한수원 주변에서는 이 사장이 갑자기 새 정부의 정책에 각을 세운 것을 두고 중대한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관료 출신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2년 넘게 남은 임기의 안정적 보장을 위해 새 정부 탄생 직후부터 적극 협조했지만 여의치 않자 태도가 돌변했다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이 사장은 지난 5월 18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자신에게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하자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그것을 따르는 것이 의무”라고 화답했다.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아무리 공기업이지만 원전 건설과 운영의 총책임을 지고 있는 사장이 대놓고 탈원전을 지지하는 발언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노조가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며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을 찬성하는 이 사장을 비난했다. 주변에서도 기업 수장으로서 자신의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사기를 꺾는 발언과 행동을 취한 이 사장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사장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듯한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히자, 한수원은 기다렸다는 듯 탈원전 정책에 포석을 깔았다. 지난 5월 착공 예정이던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시공설계용역을 보류해 새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앞서 이 사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정부 입장이 정해지면 공약 사항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준비를 하겠다”고도 했다. 일련의 발언을 놓고 주변에서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 사장이 임기를 채우기 위해 정부 행보에 적극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

이 사장은 취임식에서 왜 원자력이 신뢰받지 못하는지 되돌아보고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15년 전쯤 정부에서 방사성폐기물 업무를 맡았는데 당시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왜 원자력이 신뢰를 못 받는지 깊이 고민한 적이 있다”며 “우리 회사에 대한 믿음, 직원들에 대한 믿음, 또 저에 대한 믿음이 쌓여서 원자력발전소의 믿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 사장의 취임 당시 한 말이 무색할 만큼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다. 믿고 따르던 직원들의 사기와 신뢰는 생각지도 않은 듯한 모습이다. 결국 한수원은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정부 요청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후 3개월 동안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게 된다. 최종 판단은 시민배심원단이 내린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 사장의 생각이 변했다. 이 사장은 어제(17일) 기자회담을 자청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가 우려한 것처럼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지금 짓고 있는 신고리 5·6호기에 1조6000억원이 들어갔고 공사가 취소되면 법적으로 피해 보상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3개월간 이어질 공론화 기간에 국민에게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구중단 결정과 관련해 “영구중단은 한수원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해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또 다른 법절차 도입 필요성 등도 공론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의 본심은 신고리 5·6호기 영구중단의 책임을 지지 않고 공론화위원회로 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본인과 한수원이 져야 할 책임은 공론화위로 넘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관료의 모습이라는게 주변의 평가다. 만약 공론화위원회로 영구중단 결정을 넘기게 되면 피해 보상의 주체가 모호해지는 상황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어찌됐던 정부 정책에 협조적이던 이 사장의 태도가 바뀐 건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이 사장의 임기는 2019년 11월까지다.

주현철 기자 JH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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