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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빅4 ‘이상한 돈방석’

[금융지주 실적 대해부]금융지주 빅4 ‘이상한 돈방석’

등록 2017.06.13 09:05

정백현

  기자

국내경기 악화 불구 ‘어닝 서프라이즈’ 순이익 따져보면 과거와 큰 차이 없어일회성 이익·은행 이자수익에만 의존수익구조 바꾸려면 강도높은 개혁 필요

금융지주 빅4 ‘이상한 돈방석’ 기사의 사진

국내 금융권을 대표하는 4대 금융지주회사(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NH농협금융지주)들이 올해 상반기 만족할 만한 경영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호실적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말에 발표된 4대 금융지주사의 1분기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모두 지난해보다 훨씬 나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일부 지주사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후 가장 좋은 분기 경영 실적을 내면서 신바람을 낸 곳도 있다.

4대 지주사 중 순이익 1위는 신한금융지주였다. 신한지주는 9971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지난해보다 이익이 29.26% 늘었다. 이어 KB금융지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65% 개선된 87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지주를 뒤쫓았다.

이어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보다 이익이 12.38% 늘어나면서 49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NH농협금융지주는 1분기에만 22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이익 규모가 늘었다.

그러나 여기에 나온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있다. 바로 일회성 요인 때문에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따라서 올 여름에 발표될 2분기 경영실적이 앞으로의 경영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덩치는 커졌지만 체질은 약해졌다? = 금융권 일각에서 4대 금융지주사의 실적에 대한 과대평가를 지양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회성 이슈로 인해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에 있다.

금융지주사 순이익 규모로 1위와 2위를 차지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나란히 일회성 이익 덕분에 수천억원의 순이익이 늘어났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카드 대손충당금 산출법 변경으로 3600억원이 환입됐고 KB금융지주는 카자스흐탄 센터크레디트은행 매각으로 1600억원이 유입됐다. 이같은 일회성 이익을 빼면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각각 순이익이 6371억원과 7101억원으로 조정된다.

일회성 이익은 말 그대로 딱 한 번만 발생하는 이익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쉽게 말해 장기적으로 회사가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수익의 체질 측면에서 절대 강해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회성 이익의 증가로 실적 개선 효과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비단 1·2위 지주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똑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1분기 은행권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의 1분기 순익 구성 중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과 대출채권 매각, 투자주식 처분에 따른 법인세 효과 등으로 은행권이 벌어들인 이익이 자그마치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일회성 이익은 또 다시 시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다음 분기에 같은 수준의 이익을 내려면 또 다른 이익 창출 창구를 만들어야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음 분기에는 자연스럽게 이익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好실적 속 불편한 진실 ‘편식과 가렴주구’ = 일회성 이익 문제 외에도 금융지주사 실적에 대한 비판적 요소는 또 있다. 금융지주사의 순이익 중에서 은행의 순이익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그리고 그 은행의 순이익도 이자수익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을 따지고 보면 은행의 순이익 규모가 가장 크다. 올 1분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5346억원, 6635억원, 4780억원, 15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대부분 지주사 이익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지주사들이 은행을 모태로 출발했고 지주사의 탄생 과정을 볼 때도 은행에서 분사된 구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은행의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비은행 자회사들의 사업 역량이 은행에 못 미치거나 이익 형성 구조가 지나치게 은행에만 편중됐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은행이 자체적인 영업력 강화를 통해서 순이익을 불리지 못하고 이자수익만으로 순이익을 키웠다는 점도 비판거리 중 하나다. 국내 시중은행의 이익 중에서 이자수익이 평균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1개월째 동결 상태지만 대출 고객들이 갚아야 할 이자의 이율은 오르고 있다. 반대로 은행이 예금자들에게 줘야 할 이자는 줄어들고 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간극이 넓어지면 당연히 은행만 배부르게 된다. ‘불로(不勞)이익’이 커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을 기형적으로 형성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 내부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물론 금융지주사들도 할 말은 있다. 비은행 자회사의 역량을 키워 은행과 비은행 순이익 비중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자수익 이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금융 산업의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지주사들의 중론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현재의 업권 경계가 확실한 상황에서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돼있기 때문에 이익의 다변화가 어렵다”면서 “금융 산업에 대한 관치식 규제가 하루빨리 사라져 다양한 형태로 영업을 수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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