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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개혁 시험대 정규직 전환, 일방통행 금물

[국민은 이런 정치 원한다]경제 개혁 시험대 정규직 전환, 일방통행 금물

등록 2017.06.07 12:06

주현철

  기자

비정규직 기준부터 정립···노동시장 체질개선 우선현실 무시한 비정규직-정규직 무조건 전환은 곤란‘일자리 상황판’ 설치, ‘근시안적 실적주의’ 경계령

경제 개혁 시험대 정규직 전환, 일방통행 금물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 핵심 개혁인 ‘비정규직 제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기준 정립이 모호한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방통핵식 전환은 자제하고 노동시장의 체질개선에 발맞추며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방침을 공언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면담을 가진 뒤 “우선 공공부문부터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출산이나 휴직, 결혼 등 납득할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비정규직 고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전부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삼겠다”며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이처럼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방침은 점차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한 기간의 노무 급부를 목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한시적으로 근로관계를 맺는 모든 비조직화 된 고용형태로 기간제근로, 단시간근로(파트타임), 파견근로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재계와 노동계가 비정규직 기준을 해석하는데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 비정규직 규모에 대해 노동계는 한국 근로자 절반 이상(53.4%)이라고 주장하고 재계는 3분의 1 이하(32.8%)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규모가 차이 나는 이유는 재계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회색지대’인 무기(無期) 계약직이나 파견·도급·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직원을 정규직으로 분류하지만, 노동계는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 전환 여부는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우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비정규직인지 그 기준부터 명확히 하고 비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직업군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재계가 압박을 느껴야 한다”고 경총의 주장에 날을 세웠다.

현재 정부는 비정규직 기준에 대한 합의 없이 정규직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채 정규직 전환을 강행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문제가 되는 것은 사 측뿐만이 아니다. 회색지대로 불리는 무기계약직, 시간제 근로자들 역시 정규직화에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규직화는 오히려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주말만 근무하는 주부나 야간 아르바이트생 등 단시간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채용을 막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명절 같은 특수한 날에 일손이 부족해 단기근로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마다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마다, 직원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데 일률적인 정규직화는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도 있다. 또 고령층 일자리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60대 이상의 청소나 경비 용역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되면 정년 조항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히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펼치기보단 노동시장체질 개선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4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일자리 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일자리 상황판 항목은 고용률 ▲취업자 수 ▲실업률 ▲청년실업률 ▲취업유발계수 ▲취업자 증감 ▲창업(신설법인 수) ▲고용보험 신규취득 ▲임금 격차 ▲임금상승률 ▲저임금근로자 ▲비정규직 ▲사회보험 가입률 ▲근로시간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설비투자 증가율 ▲소매판매 증가율로 구성된다. 하지만 일자리 상황판은 근시안적으로 실적주의에 몰입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일자리 상황판에 나와 있는 고용지표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단순 고용지표만으로 고용 전부를 나타낼 수 없다. 만약 정부 부처들이 일자리 상황판과 관련해 실적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면 숫자에 집착하는 졸속행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고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용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숫자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새 정부가 일자리 상황판 항목들에 신경 쓰게 된다면 지난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데이터로는 잡히지 않는 고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통계를 통해 나온 숫자들과 함께 현장의 목소리도 계속 담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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