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 금요일

  • 서울 18℃

  • 인천 18℃

  • 백령 14℃

  • 춘천 18℃

  • 강릉 23℃

  • 청주 19℃

  • 수원 18℃

  • 안동 19℃

  • 울릉도 16℃

  • 독도 16℃

  • 대전 19℃

  • 전주 20℃

  • 광주 18℃

  • 목포 17℃

  • 여수 19℃

  • 대구 20℃

  • 울산 22℃

  • 창원 21℃

  • 부산 21℃

  • 제주 20℃

재벌, 위기인가 기회인가

재벌, 위기인가 기회인가

등록 2017.05.30 07:57

수정 2017.05.30 08:49

강길홍

  기자

김상조·장하성 등 재벌개혁론자 잇단 등용새정부, 재벌개혁·경제민주화 의지 드러내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집중 규제향후 30대그룹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듯

재벌, 위기인가 기회인가 기사의 사진

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으로 지명한데 이어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했다. 새 정부가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인물들은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안 주요 골자는 ▲지주회사 규제강화 ▲일감몰아주기 감시 강화 ▲금산분리 ▲상법개정안 ▲비리 대기업 총수에 대한 무관용 원칙 등이다. 이에 따라 재벌그룹들의 개혁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민주화 기조를 투명경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자와 장 실장은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재벌개혁 활동에 앞장서왔다. 장 실장은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2001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등에서 소액주주 활동 등을 하며 재벌들의 편법 경영권 승계를 지적해왔다.

김 후보자 역시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재벌 개혁 운동에 앞장서왔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재벌 개혁과 관련한 경제정책 근간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쓴 소리를 자주 하면서 ‘삼성 저격수’로 불리기도 한다.

재벌 개혁론자인 두 사람이 청와대 정책총괄 수장과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수장을 맡게 되면서 국내 재벌기업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30대 그룹 단위로 적용되던 감시와 규제를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에 집중시킨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이들 기업이 대책 마련에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김 후보자의 첫 타깃이 되면서 오랜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위는 삼성 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받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 착수했다. 삼우종합건축은 1976년 설립 이래 삼성계열사의 건축 설계를 주로 맡아왔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고 지난 2014년 9월 삼성물산에 인수됐다.

김 후보자가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0월 공정위에 삼우종합건축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김 후보자 내정되기 이전에 조사를 시작했다는 입장이지만 김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으로 공식 취임을 앞두고 삼성이 첫 타깃이 된 셈이다.

삼성은 정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오너 공백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서둘러야 하지만 이 부회장의 공백 상태에서는 이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금산분리 규제가 강화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금산분리 정책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간 출자·피출자 관계 규제를 기존 은행에서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럴 경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활용하기가 어렵게 된다. 삼성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는 제조 부문과 금융 부문 계열사를 분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김 후보자가 지배구조 개편 대상으로 직접 언급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불법 경영승계 차단을 위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3개 회사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3사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각 투자부문을 ‘현대차그룹홀딩스’로 합병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또는 현대모비스 또는 현대차를 직접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해소하면서도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후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차그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거나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홀딩스를 합병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상법개정안 등을 통해 지주사 전환 과정에 여러 가지 걸림돌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홀딩스의 합병 과정에서 적정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방법이다. 삼성의 경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결국 이 부회장을 구속시키는 단초가 됐다. 현대차그룹 역시 공시를 통해 지주사 전환설을 부인한 상태다.

이에 따라 또다른 방법으로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도 고려된다. 이럴 경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해지면서 순환출자 고리도 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지만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지분을 활용하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SK와 LG는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서는 삼성과 현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다만 앞으로 진행될 경영권 승계는 여전히 숙제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최대주주는 구본무 LG 회장(11.6%)이다. 이밖에 구본준 부회장(7.57%)과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6.12%) 등의 오너일가가 주요주주로 있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 경영권 승계를 수월하게 진행되겠지만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그룹이 지주사를 통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가족간 내분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지배권이 확고한 상황이며 자녀들은 아직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최 회장은 노소영 관장과의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3세로의 승계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4대그룹 위주의 규제를 강조한 상황이지만 다른 대기업들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4대 그룹 이후에 여타 재벌 그룹에 대한 감독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순환출자 구조의 재벌기업들은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5개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곳은 삼성·현대차를 비롯해 롯데·한화·현대중공업·두산·효성·동부·금호석유화학 등 26곳에 이르고 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