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기자
등록 :
2017-05-24 07:57

‘순환출자’ 예시된 현대차.. 지배구조 어떻게 풀까

‘현대차→기아차→모비스’ 순환고리 해소 관건
각 회사 인적분할 뒤 합병 시나리오 유력
정의선, 모비스 지분 취득 통한 지배력 강화 나설 수도
지분 매입비용·증여세 등 오너일가 부담이 관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지난 주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과 함께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다. 지난 18일 첫 기자간담회를 연 김 내정자가 “순환출자가 지배권 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에서 나온 현대차그룹 지주사 전환 추진 관련 보도는 이 같은 논란을 더욱 확대시켰다. 그룹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현대차 지주사 전환이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순환출자 해소라는 사회적 흐름과 함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위해서도 향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외부적 요인 대신 그룹 내 후계 구도에 관한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점에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시장에서 언급되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회사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3개 회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순환출자가 해소되는 동시에 합병 지주회사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을 모두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해당 지주사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경영권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순환출자 해소를 목적으로 각 회사 지분을 다른 회사가 매수하는 등의 시나리오는 최소 3조7000억원의 현금이 소모돼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반면 통합 지주사가 출범하는 방식의 경우 별다른 비용 없이 오너일가의 경영권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식은 정 부회장이 사재출연이나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 및 교환을 통해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늘리는 시나리오다.

현재 정 부회장은 지분 6.96%를 가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달리 현대모비스 지분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이거나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역시 순환출자 해소는 물론 그룹 승계 주체인 정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배력까지 확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교환 과정에서 글로비스 지분 가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경우 2015년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논란이 또 다시 재연될 여지도 충분하다.

때문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빠른 시일 내 구체화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지분 매입 비용과 증여세 등 오너 일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중장기적인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회사 측의 부인에도 김상조 신임 공정위원장 내성과 신정부의 재벌개혁안 및 경제민주화 정책 논의로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며 “다만 규제 변화를 근거로 지주회사 전환을 서둘러야 할 당위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수 기자 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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