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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시장 주도 구조조정’ 카드에도 냉랭한 금융권

官 주도로 매각價 정하는 것부터 원칙 위배
조속한 매각 필요하지만 ‘먹튀’ 대안도 중요
충분한 의견수렴 여부 모호···再考 필요성 커

금융위원회 ‘신 기업구조조정 방안 관련 은행장 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금융당국이 기존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환경을 민간 자본시장 투자자가 주도하는 환경으로 전환하겠다는 새 밑그림을 과감히 펼쳐보였다. 그러나 은행권을 비롯해 시장은 정부가 내놓은 새 방안에 여전히 쓴웃음을 짓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오전 ‘신(新) 기업구조조정 방안’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내놨다. 올해 초부터 금융위가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방안’이라고 언급했던 신개념 구조조정 계획의 최종안이 이날 공개된 것이다.

온정주의적 신용위험평가 풍조를 없애고자 평가 체계를 고치고 사모펀드 등 민간 투자자가 부실기업을 적극 인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며 총 8조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해 관련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새 방안의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등 국내 8대 은행장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새 구조조정 방안은 수개월간의 토의와 현장 전문가들의 충분한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기존의 구조조정 정책과 달리 상당히 높은 실효성을 보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키를 쥐게 된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꽤 냉랭하다. 정부의 새 구조조정 방안이 겉으로 보기에는 구조조정 속도를 빠르게 촉진시키고 산업 체질을 개선할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독립적 평가기관인 금융채권자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부실기업에 대한 실사보고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적정한 매각대금 참고 기준치를 산정해 이 가격을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당국은 그동안 부실기업 매각 과정에서 매각 조건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의견 충돌로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했던 과거 사례를 감안해 조정위가 부실기업의 실사보고서의 적정성을 검토해 참고가격을 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조정위가 독립적 기관이라고 하지만 매수자(민간 투자자)와 매도자(채권금융기관) 사이의 입김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우려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그럴 가능성이 적다면서 안팎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당국의 해명에도 은행권의 우려는 여전하다. 실사보고서를 기반으로 매각대금 기준을 정한다고는 하지만 소수의 평가자가 채권의 가치를 임의 결정할 경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압력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정성 여부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민간 주도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따지고 보면 가격 결정의 객관성 제고라는 목적 때문에 결국은 관(官) 주도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셈”이라며 “금융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우려를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려점은 금융당국이 부실기업 인수에 나설 민간 투자자의 대표적 주체로 점찍은 사모펀드에 대한 대안도 결여돼 있다는 것에 있다. 당국은 탄탄한 자금력을 가진 사모펀드가 부실기업을 인수할 경우 기업 정상화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국의 방안 어디에도 사모펀드 인수 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인 ‘먹튀(먹고 튀다)’ 문제와 관련된 대안은 전혀 없었다. 사모펀드가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거액의 자본을 투입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채무를 재조정한다면 기업의 재무 상태는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재무적 이익 시현을 최대 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대량 해고 사태나 시장 환경과 배치되는 인위적 사업 구조 재편이 이뤄질 경우 당국이 바라는 기업 환경의 개선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특히 과거 일부 사모펀드의 ‘먹튀’ 행각으로 정상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고 끝내 완전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던 몇몇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기존 구조조정 사례에서 드러난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실책과 관한 반성 없이 구조조정의 책임을 오로지 민간에 떠넘기겠다는 뜻이 강하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지속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구조조정 추진 이전과 진행 도중의 과정, 이후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안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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