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 진보’ 붕괴···인물중심 전략적 투표‘빅2’ 형성한 文-安···‘4년만의 악연’ 재현구도는 다자, 실제는 양자대결 초유의 선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4일 당내 경선에서 최종 승리하면서 문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이어 대선 본선행 막차에 올라탔다.
안 후보는 누적 득표 75.01%의 경선 압승 결과를 기반으로 지지율 1위인 문 후보와의 일 대 일 대결구도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계파주의, 패권주의 극복이라는 국민의 간절한 요구에 정치가 응답할 때”라며 “분열주의·패권주의로는 나라를 바꿀 수 없고, 편 가르기를 끝장내야 미래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각 당의 경선 과정에서 호남은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에게 높은 지지를 나타냈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은 ‘될 사람’에게 몰표를 몰아주는 투표 기조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의 경우 두 사람 모두에게 일단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공히 호남을 ‘텃밭’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호남 민심의 선택을 받는 후보 쪽으로 전체 판도가 크게 기울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호남에 공을 들여온 이유도 여기에서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벌일 4년만의 ‘재회’는 이번 대선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둔 단일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크게 패였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조직력에 밀려 후보직을 자진사퇴하기까지 민주당 진영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안 후보가 선거운동을 열심히 돕지 않고 선거 당일 미국으로 출국해버린 데 대해 서운함을 갖고 있다.
이후 양측은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당해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서로를 ‘딴지만 거는 비토 세력’, ‘권력욕에 사로잡힌 패권주의’라고 공방을 벌였고, 결국엔 안 후보가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영영 갈라서게 됐다. 이렇게 그간의 ‘구원(舊怨)’을 간직이 두 사람이 이번 대선레이스의 ‘빅2’로 포진해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의 홍 후보와 바른정당의 유 후보 등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의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연대나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명분과 전제조건도 극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안 후보가 보수층의 지지를 어느 정도 흡수하면서 문 후보와 중도층을 놓고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역대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왔던 ‘보수 대 진보’ 구도는 무너지게 되는 셈이다.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가 굳어질 경우 전체 유권자 표심이 양측 후보로 갈라져 결집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안 후보는 문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박빙 구도를 형성하며 대세론에 균열을 내고 있다. 5자 대결이 아닌 홍 후보 혹은 유 후보와의 단일화만 이끌어내도 문 후보와 해볼 만 하다는 인식이 캠프 내에 퍼지고 있다. 다만 문 후보를 배제한 ‘반문(反文)연대’ 및 갖가지 이합집산이 가져올 ‘경우의 수’가 이번 대선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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