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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사유물이 아닌 국민의 것···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박대통령 파면]권력은 사유물이 아닌 국민의 것···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등록 2017.03.10 15:42

이창희

  기자

광장 민심은 ‘권력 사유화’에 분노했다특검·대권주자·외신도 모두 같은 진단민주주의 회복은 제도와 인식 개선

탄핵찬반집회. 사진=사진공동취재단탄핵찬반집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권력의 지나친 집중과 그 집중된 권력의 사유화가 불러온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력의 사유화로 인해 민주주의가 상실됐고, 이를 되찾기 위한 직접민주주의에의 여망이 광장의 민심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결과는 이 같은 흐름을 여실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90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지난 6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위임 받은 권력을 사유화한 뒤 아무런 공적 자격이 없는 자신의 지인에게 부여했다.

재벌 대기업을 압박해 수백억원의 뇌물을 받아내고 그 대가로는 엄청난 특혜를 제공했다. 동시에 자신의 뜻에 동조하지 않거나 비판한 개인·단체 등에는 꼬리표를 달아 지원을 끊고 무자비한 응징을 가했다.

집권한 지도자로서의 기본적인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합법적 권한을 기반으로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의무를 뒤로 하고 권력을 함부로 휘둘렀다.

박영수 특검은 “이번 수사의 핵심 대상은 국가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사회의 고질적 부패 고리인 정경유착”이라며 “국정농단 사실이 조각조각 밝혀지고 정경유착 실상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러한 바탕 위에서 새로운 소통과 화합의 미래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게 특검팀 전원의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의 위법 혐의와 정황은 특검에서 밝혀냈고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판단할 예정이지만 국민 여론은 이미 오래 전 현 정권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탄핵정국 기간에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쪽이 80%를 넘나들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사태 초기 불붙은 촛불집회는 1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설 연휴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 주말마다 20번이 열렸다. 1차부터 20차까지 누적 참가인원만 1500만명이 넘는 규모가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 도심에 밀집했다.

각종 국정에서의 실기와 정책 실패, 소통이 아닌 불통, 외교적 망신 등 다양한 잘못을 저지른 박근혜 정권이지만 국민적 차원에서 가장 분노한 지점은 권력의 사유화가 첫손에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 가결. 사진=청와대박근혜 대통령 가결. 사진=청와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대선후보들도 이 같은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고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해 이번 사태에 대한 민심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한 방송에서 “탄핵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권력을 독점했고 이 독점한 권력을 사적으로 쓴다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권력이 집중돼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3번의 대국민담화를 할 때마다 국민의 분노는 더 솟구쳤다”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잘못이지만 더 큰 분노는 ‘잘못한 적 없다’는 태도와 사과하지 않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박근혜의 권력중독’에서 박 대통령을 ‘권력 사유화를 당연하게 여긴 권력 중독자’이자 ‘1970년대 청와대에 유폐된 과거 중독자’로 표현했다. 그는 “많은 유권자를 사로잡은 비결은 그녀의 뛰어난 의전에 있고 권력 행사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독자적인 의제와 비전이 없이 ‘권력행사 자체’에 의미를 뒀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외신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고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 속에 정경유착이라는 부패에 민심이 크게 분노한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AP통신 역시 박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 간의 비정상적 관계가 현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12월이 아닌 5월에 열리게 됐다. 국가적 차원의 스캔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제도적 허점과 켜켜이 쌓인 적폐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비위 문제를 넘어 국정 시스템 자체가 작동 불능일 만큼 썩어빠졌음이 증명됐고 불공정과 부정부패는 정권의 상징이 됐다.

이번 선거는 이처럼 만신창이가 된 국가 시스템을 재건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이를 선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이번의 선택은 단순히 앞으로 5년이 아닌 그 이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기의 현재를 딛고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작금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을 넘어 그 이후까지 내다볼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도 함께 이뤄질 때 제도적 밑바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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