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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롯데 때리기’···韓기업 전체로 확대

[2차 차이나쇼크]中, ‘롯데 때리기’···韓기업 전체로 확대

등록 2017.03.08 09:12

이지영

  기자

롯데, 영업정지 점포 몰린 상하이 일부 지점 폐점중국사업 휘청 면세점 직격탄···창사이래 최대 위기

중국 대형마트 따룬파(大潤發)의 한 직원이 한국 제품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중국 SNS 웨이보 캡처중국 대형마트 따룬파(大潤發)의 한 직원이 한국 제품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중국 SNS 웨이보 캡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확산되는 가운데 반한(反韓)감정까지 불이 붙고 있다.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에게는 노골적으로 보복성 조치를 취해 현지 롯대마트 점포 3분의 1에 달하는 39곳의 점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불매운동까지 퍼지고 있다. 문제는 불매운동이 비단 롯데 뿐 아니라 한국 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시장에 어렵게 입성해 소위 꽌시를 뚫고 장사중인 중소사업자들은 사업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국내에서는 면세점과 호텔, 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도미노식 유커 급감과 이로 인한 매출급감이 예고돼 있다.

8일 현재 중국 소방 당국은 최근까지도 실시간으로 중국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롯데백화점 등 사업장에 대해 소방 점검을 진행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지난 5일만해도 롯데마트의 영업정치 처분을 받은 곳이 4곳에 불과했지만 다음날 23곳으로 늘어났고 7일엔 총 39곳으로 무더기로 늘어나 문을 닫았다. 중국당국의 '털면 나온다'는 식의 막무가내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조만간 50개도 넘는 롯데마트가 영업을 못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중국 현지 전체 롯데마트 점포가 99개인 것을 고려하면, 세 곳 중 한 곳이 현재 문을 닫은 셈이다. 영업정지 조치 사유의 대부분은 소방법, 시설법 위반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이 현지에 있는 롯데마트 39 곳에 대해 아예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불시에 다각도로 통보되고 있어 현재 일괄적으로 집계하기조차 어려운 상황”며 “앞으로 추가적으로 제재를 받는 점포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롯데가 20년 넘게 공들여 온 시장이다.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이후 10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해왔다. 현재 22개 계열사가 진출해 120여개 사업장,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여기에 식품 및 화학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하지만 이같은 시간과 자금의 투자가 무색하게 전방위적인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사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근래 중국 내에서 토종·외자 대형 할인점이 출혈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롯데마트에 영업정지 조치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할인점이 영업정지되면 중국 현지 고객이 급속히 다른 매장으로 옮겨 영업정지가 장기화하면 폐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당국의 보복으로 영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롯데는 극단의 조치를 내렸다. 중국 상하이 지역 롯데마트 매장 일부를 폐점하기로 하고 선별작업에 들어간 것. 상하이 지역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롯데마트 39곳 중 35곳이 몰려 있는 곳이다. 매장 폐점의 가장 큰 목적은 실적 부진이지만 사드 보복으로 더 큰 적자가 예상되자, 폐점 점포수와 시기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실제 롯데마트의 중국 점포들은 아직도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해외 사업 적자 1240억원 중 80%~90%가 중국 사업에서 발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 중국이 노골적으로 현지에서 아예 장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가하고 있어 롯데가 점포를 빠르게 철수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한 것 같다”며 “규제에 이어 불매운동이 중국 전체로 확산될 경우 사업을 아예 철수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다.

사드보복 후폭풍은 중국서 영업중인 한국기업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최대 대형마트인 따룬파(大潤發, RT마트)는 최근 한국 브랜드의 판매 중단을 선언한 뒤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정리하고 나섰다. 오리온 초코파이, 농심 신라면 등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와 제품도 포함됐다. .

프랑스 계열의 대형 유통기업 까르푸 역시 현지의 반한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 까르푸는 베이징 내 12개 지점에서 서울우유 등 한국산 유제품 일부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의 구매 중단을 시작으로 다른 한국산 제품 모두 구매를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계 백화점 이세탄도 일부 한국 식품을 납품받지 않고 있다.

오리온과 농심 등 중국 매출비중이 큰 국내 기업도 매장에서 물건을 빼버리는 당황스러운 조치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2013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시대를 여는 등 놀랄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농심 역시 신라면이 중국서 인기를 끌면서 매출은 2014년 420억원에서 2015년 570억원, 지난해 750억원으로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 관광금지령의 후폭풍이 대기 중이다. 특히 유통업계는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 등을 금지키로 한 15일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본격적인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매출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와 백화점, 명동 소상공인 등은 15일 이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생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활로는 없는 상황이다.

면세점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업계는 800만 중국 관광객 중 최소 350만 명의 유커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업계가 하루아침에 사업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그중에서도 롯데면세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면세점 업계 맏형이자 세계 면세시장 3위권인 롯데면세점은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매출만 해도 시내 6개 면세점의 절반을 차지한다. 작년 롯데면세점 매출액 6조원 중 70%인 4조2000억원은 중국인 관광객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2조원 내외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패키지 관광 형태로 이어지는 롯데월드타워,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등의 피해까지 감안하면 롯데그룹 전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품목인 화장품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비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대다수를 이뤘던 명동의 상인들 역시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명동의 한 상점 주인은 “우리매장 매출의 80%를 중국관광객이 올려주는데 당장 다음주부터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긴다니까 공포스러울 정도”라며 “매출 50%만 빠져도 비싼 임대료에 인건비에 당장 다음달이라도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중국 사드 보복, 롯데면세점.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중국 사드 보복, 롯데면세점.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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