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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기우는 선거판, ‘포퓰리즘 비상’

[대선공약 점검-④재벌정책]왼쪽으로 기우는 선거판, ‘포퓰리즘 비상’

등록 2017.02.21 07:46

이창희

  기자

李·朴 정권 실패로 경제민주화 다시 급부상진보도 보수도 ‘좌클릭’···움츠러드는 기업들기업 ‘죽이기’ 아닌 ‘설득하기’ 초점 맞춰야

왼쪽으로 기우는 선거판, ‘포퓰리즘 비상’ 기사의 사진

지난 대선의 최대 화두였던 경제민주화가 4년이 흐른 현재 차기 대선을 앞두고 부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경제 실패가 불러온 결과로 풀이된다. 야권은 물론이고 범여권 대권주자들까지 일제히 ‘좌클릭’하는 모습 속에 이번 대선이 자칫 포퓰리즘 경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를 통틀어 현재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 초 4대 재벌 개혁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선보였다. 재벌 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반(反)시장 범죄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동시에 형량 강화와 사면권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는 “대기업에 쌓여 있는 700조원 상당의 사내유보금을 중소기업과 가계로 흐르게 하고 재벌의 갑질 횡포를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지주회사제도가 재벌 3세의 기업 승계에 악용되지 않도록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이고, 금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도 분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기념회에서도 “경제민주화는 아주 굳건한 정치적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며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토대 없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것은 그냥 정책기술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 사상누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로 전임 정부들의 경제 실패를 거론했다. 문 전 대표는 “변명의 여지없는 최악의 실패이자 대한민국 굴욕의 10년”이라며 “두 정권의 실패는 오로지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도·보수성향 유권자들을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큰 틀에서 재벌개혁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강도는 다소 약하다. 그는 지난달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지난 6명의 대통령이 펼친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고 최근에도 “똑같은 정책과 철학을 가지고 간판만 바꿔 다는 식의 경제공약들은 하지 말자”라고 경쟁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안 지사 역시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단호하다. 그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자회사를 지배하는 순환출자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편법적으로 동원되는 자사주 의결권도 제한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불공정한 산업 생태계와 시장의 불공정한 게임 규칙을 바로잡는 게 재벌개혁의 핵심 목표”라고 역설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야 후보들 중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일단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과 함께 비과세 혜택 폐지와 감면 기준 강화 등을 내세웠다. 재벌부당이익환수법을 통해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을 엄벌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시장은 “재벌들의 과도한 초과수익을 세금으로 환수해서 국민의 소득을 늘려야 경제가 살아난다”며 “사회의 재벌 또는 사회적 강자들에 대한 횡포를 억제해야 비로소 공정한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다른 주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그 역시 불공정 경쟁과 재벌에 대한 개선 의지가 분명하다. 사회와 국가에 공헌한 기업의 공은 인정해줘야 하지만 상장회사를 개인회사처럼 유용한 사람들에 대해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대주주로부터 독립하도록 감사위원을 별도 선임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 투표하는 집중투표제 등에 대해 도입 의사를 나타냈다. 두 가지 모두 재계가 경영권 위협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방안들이다.

범여권 후보이자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재벌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원천 금지 등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방안들에 대해 찬성 입장이다.

유 의원은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은 막을 내리고 있다”며 “혁신에 실패한 부실 재벌들은 국민 부담이 더 커기지 전에 과감하게 퇴출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경제민주화 법안,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2월 국회에서 재벌에게 집중된 부의 편중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민주화법과 같은 개혁입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대권주자들의 경제 공약이 재벌을 집중 겨냥하고 반(反)기업적인 색채를 나타내는 것은 전임 정부들의 실패와 함께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유권자들의 개혁 요구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사회 양극화에 대한 책임을 재벌 대기업에게 있다고 보는 여론의 정서도 팽배한 상태다.

다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이 지나치게 강경한 정책과 공약 일변도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선해야 할 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필요 이상의 규제나 압박으로 기업들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을 윽박지르고 몰아세우는 것은 표를 얻는 데 좋을지 모르나 경제 전체로 볼 때 좋지 못한 것”이라며 “투자와 고용을 유도해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대선후보들은 그런 신중함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기획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와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대기업이 곳간을 풀게끔 설득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며 “대기업만으로 국가 경제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이 없어진다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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