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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號의 혁신 키워드 ‘과거 반성’

[변해야 산다]이재용號의 혁신 키워드 ‘과거 반성’

등록 2017.02.07 07:44

정백현

  기자

국민 신뢰 회복 위해 低자세서 변화 시작정경유착 단절 차원서 전경련 활동 중단‘실리콘밸리形 조직 문화’ 확산도 가속화강화된 생산 프로세스 통해 안전성 높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국내 최대 기업 삼성그룹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의 변화는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지만 현재 추구하고 있는 각종 변화는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이 추구하고 있는 변화는 과거에 벌어진 각종 과오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외부와의 관계 조정, 조직 변화, 생산 시스템 혁신 등이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터졌던 ‘최순실 게이트’ 논란과 이로 인한 정경유착 문제, 고착화된 수직적 조직의 폐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등 각종 과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경련 탈퇴 공식화 임박 = 대중이 삼성을 향해 분노하는 이유 중 가장 뚜렷한 요소는 정경유착의 오랜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삼성 제품 구매를 위해 고객이 낸 소중한 돈이 부패한 정치권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다.

사실 삼성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랜 과오를 단번에 씻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삼성 스스로도 정경유착의 과오를 걷어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하나씩 개편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

삼성은 이미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원사로서의 활동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에 열린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앞으로 전경련에 회비를 내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 피력했다. 할아버지 고 호암 이병철 창업주가 세운 전경련과 선을 긋겠다는 움직임에 재계가 깜짝 놀랐다.

삼성의 전경련 탈퇴는 대략적인 윤곽이나 전망만 나왔을 뿐 아직 공식화된 것은 없다. 그러나 조만간 열리게 될 전경련 정기총회를 전후로 삼성의 전경련 회비 납부 중단과 향후 탈퇴 계획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벤처式 조직 문화 정착의 원년 = 삼성은 지난해부터 조직 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 터졌던 여러 과오 중에는 수직적이고 딱딱한 조직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혁신의 배경이다.

무엇보다 ‘젊고 유연한 조직’을 선호하는 이재용 부회장이 “우리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처럼 조직 문화를 바꿔보자”면서 조직 문화의 개편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혁신 사례는 직급 체계와 구성원 간 호칭 개편 작업이다. 삼성화재와 제일기획 등 일부 계열사에서 시작된 직급 체계와 구성원 간 호칭 개편 작업은 이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옮겨 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 방안을 통해 기존 7단계에 이르던 직급 체계를 4단계로 단순화하고 호칭도 ‘○○○ 님’이라는 형태로 고치기로 했다. 상당히 낯선 문화지만 올해부터는 이 낯설음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직 내부의 자유로운 토론 문화 확산도 긍정적인 혁신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평소 소통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겸 사장 등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소통 강화를 통한 수평적 조직 문화 개선에 앞장서는 모습이 이채롭다.

당면 과제로 다가온 미래전략실의 해체도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조직 문화 개편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말 국회 청문회를 통해 “국민이 미래전략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미래전략실을 과감히 해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 중심의 컨트롤타워 아래에 각 계열사들이 모여 있던 삼성의 구조가 계열사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형태로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는 과거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체질 개선 요인이 될 수 있다.

◇달라진 인식 “속도보다 안전 우선” = 삼성은 지난해 가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의 영향으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이른 단종으로 매출과 이익이 극심하게 줄어들었고 글로벌 톱 스마트폰 메이커라는 이름에도 오점이 남게 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를 이른바 ‘값 비싼 경험’으로 규정하고 다시는 이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강도 혁신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혁신의 증거는 인식의 변화다. 속도에 치중하기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경쟁사의 다른 제품들보다 빠른 시기에 출시돼 쏠쏠한 재미를 본 바 있다. 지난해 3월 초에 출시됐던 갤럭시S7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속도에만 치중된 나머지 안전성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로 곪았던 상처가 터지는 결과를 낳았다.

사고 이후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지난 1월 23일에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안전성 제고를 위한 프로세스 강화 방안이 공개돼 이에 대한 실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변화는 곧 재계 전반의 변화가 본격화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삼성이 국민으로부터 잃었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지나간 과오를 통절히 반성하고 와 과거와 확실히 단절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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