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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의 결단···접을 건 접고, 해야 할 것만 하겠다

구본준의 결단···접을 건 접고, 해야 할 것만 하겠다

등록 2017.01.25 07:53

이선율

  기자

LG실트론, SK에 매각···반도체사업 완전히 접어구본준이 ㈜LG로 넘어 온 후 내린 가장 큰 결정본무·본준 형제, 사업구조 고도화 통한 혁신 강조주력사업·신성장사업 강화···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LG그룹은 구본준 ㈜LG 부회장 등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1박 2일간 경기 이천시 LG 인화원에서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구본준 부회장(가운데)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왼쪽), 하현회 ㈜LG 사장과 경영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LG그룹은 구본준 ㈜LG 부회장 등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1박 2일간 경기 이천시 LG 인화원에서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구본준 부회장(가운데)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왼쪽), 하현회 ㈜LG 사장과 경영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구본준식 공격경영이 구체화되고 있다. 구본준 LG 부회장이 강조하는 미래경영은 사업구조 고도화의 속도를 높여 주력사업은 쇄신하고 미래성장사업을 제대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사업구조 고도화란 가전, 올레드TV, 화학 등 그룹의 주력 사업과 자동차 부품 및 에너지 솔루션 등 그룹의 미래 사업을 조화롭게 유지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을 일컫는다. 고도화를 이루기 위해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이 중요한 만큼 LG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를 책임을 사업 중심으로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구본준의 결단이 이러한 경영철학을 뒷받침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23일 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하는 계열사 LG실트론의 보유 지분 51%를 6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근근히 명맥만 유지해오던 반도체 사업을 28년만에 완전히 털어냈다. 대신 자동차용 부품, 바이오 등 신성장사업 고도화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사업구조 고도화는 구본준 부회장의 형인 구본무 LG회장이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롭게 일궈낸 창업정신을 되새겨 우리의 사업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당부한 바 있다.

올해 들어 LG그룹의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처음 주재한 구본준 부회장도 사업구조 고도화를 꾸준히 강조해오고 있다. 특히 이날 회의는 고객 가치에 기반을 둔 혁신과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수익 구조 개선과 신사업 발굴·육성으로 연계함으로써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 부회장은 임원들에게 “사업구조 고도화를 한층 더 체계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경영혁신 활동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업의 근간인 R&D(연구개발)와 제조 부문이 중심이 돼 제품 차별화와 생산 효율화를 이룸으로써 경쟁력과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출처=뉴스웨이 DB)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출처=뉴스웨이 DB)

이번 LG실트론 매각 결정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그룹 부회장이자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서 구 부회장이 올해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로 확대되면서 내린 가장 큰 결정이기도 하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판매하는 전문기업이다. 반도체용 웨이퍼는 일본과 독일 등 소수 기업만이 제조기술을 보유하는 등 기술장벽이 높은 소재 분야로 국내기업으로는 유일하게 LG실트론이 세계 4위 규모다.

하지만 SK와 달리 LG에게는 반도체 사업이 주류가 아닐 뿐 아니라 그룹 주력사업이나 신성장 사업과 연관성이 끊어지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더욱이 LG실트론도 수요부진, 경쟁심화 등 요인으로 지난 2014년 이래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더딘 성장을 보인 점 등이 매각이라는 과감한 결단에 이르게 한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처음 손을 댄 시점은 28년전으로 거슬러간다. 지난 1989년 LG그룹은 금성일렉트론을 설립,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LG는 1995년 이름을 LG반도체로 바꾸고 사업을 키워왔지만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지분을 현대전자사업에 넘겼다. 이 회사는 현재 SK하이닉스가 됐다.

LG실트론은 1990년 동부그룹에서 넘겨받아 LG그룹내 유일한 반도체 관련사업으로서 경영권을 유지해왔으나 이마저도 SK그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새로운 투자에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의 방향은 전장부품사업, 바이오, 에너지 등 구본준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신사업과 관련한 M&A(인수합병)에 적극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LG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혁신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시너지 창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중 오는 202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 'LG사이언스파크'는 모든 구상의 중심이 될 예정이다.

총 4조원이 투자되는 LG사이언스파크는 전자와 디스플레이, 이노텍, 화학, 생활건강, 생명과학, 유플러스, CNS 등 11개 계열사가 입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다.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한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 사업에 올해 본격 진출하며, 이를 통해 가전에서 시작한 로봇 사업 부문을 공공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로도 확장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이외에도 스마트가전에서부터 딥 러닝, 지능화 등이 가능한 생활로봇까지 대대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일례로 로봇 플랫폼에 자율주행 기능을 융합해 상업용 로봇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뉴스웨이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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