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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조달러 인프라 투자 의심받는 3가지 이유

[뉴스분석]트럼프 1조달러 인프라 투자 의심받는 3가지 이유

등록 2017.01.13 15:47

수정 2017.01.14 08:37

김성배

  기자

국토부 美인프라시장 전략 용역 발주국내외 건설침체···재도약 전기 기대자국이기주의 벽 높고 美기술력 높아한국건설 특유의 근면성실로 승부해야

대우건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전경(사진제공=대우건설)대우건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전경(사진제공=대우건설)

“트럼프는 과거 미국 대통령과 많이 다릅니다. 그의 불확실성을 기대해봐야지요. 미국 자국기업들에게 (1조달러 인프라 투자 물량을) 몰아줄 수도 있지만, (협상력에 따라) 해외 기업들에게 기회를 폭 넓게 나눠줄 수도 있다고 기대합니다.”

굴착기로 대표되는 건설기계 분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1조달러 인프라스트럭처 공약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국내외 건설 경기여건이 급속히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인프라 시장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발언이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도 미국 인프라 관련 용역을 조만간 발주할 계획을 갖고 있는 등 분주하기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설사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투자금액이 1조달러가 아닌 5500억달러로 줄어든다는 얘기가 나돌아서가 아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주의 등 자국 이기주의의 벽을 사실상 허물기 어렵고, 미국이란 나라가 물리적으로 멀다보니 원가 경쟁력마저 떨어진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1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주 1억3000만원 규모 미국 인프라투자 확대정책에 따른 미국건설 시장 진출전략 수립연구 용역을 발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하락 등으로 중동 등 텃밭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국내 해외건설을 위해 정부가 먼저 나서 불모지라 불리는 미국 등 남북아메리카를 개척하기 위한 진출전략을 시나리오를 수립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노믹스의 핵심으로 1조달러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열매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재도약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정부가 전방위로 지원해보겠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미국이 국내건설사들의 수주 불모지인 만큼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의미로 미국 업체와 제휴를 비롯해 건설 관련 공기업을 앞장세우거나 하청업체로 계약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연구(스터디)해보겠다는 얘기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언감생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걸림돌이 역시 보호무역주의 색깔이 짙은 트럼프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다. 게다가 미국에서 발주하다보니 이미 태초부터 인력 조달 제도 시공규정 시스템 등 모든면에서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돼 있다. 미국 관련 실적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국내 건설사들이 접근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말해 미국에는 국내 건설사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건설사들이 차고 넘친다. 굳이 자신들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대한민국 건설사를 끌어들일 유인이 없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싱가포르와 같은 금융이나 수출의존형 국가의 경우 해외 건설사들의 힘을 빌려야 하나, 미국은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국내 건설사들이 갖춘 가격경쟁력도 미국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동남아나 중동과 달리 미국은 한국가 거리가 멀다보니 가격경쟁력이나 단가에서도 여타 해외 경쟁 건설사들에 비해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유럽이나 미국 건설사들에 비해 기술력이 앞선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가마저 높다면 역시 수주는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미국 실적이 미천한 점도 아킬레스 건이다. 지난 50년간 국내 건설사가 미국에서 수주한 건설사업은 318건에 불과하다. 수주액도 87억 달러에 그친다. 대한민국 해외건설 수주 누적액 총 7500억여달러에 비한다면 1%를 조금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마저도 국내 기업이 계열사에 맡긴 미국 현지공장 건설사업이 대부분이다. 미국 사업자가 본토에서 발주한 사업을 국내업체가 단독 수주한 사례는 사실상 한 건도 없다. 국토부 등 정부와 업계가 기대감에 부풀어 호들갑을 떨고 있는 분위기 마저 감지되고 있으나 그림의 떡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때문에 트럼프라는 사람의 불확실성에 기대하자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가 비교적 싸고 한국 건설사들의 특유의 근면 성실로 승부를 한다면 도전 못할 시장도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 공략이 어렵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틈새시장이라는 게 있고 미국 기업 인수합병이나 제휴를 통해 접근도 가능하다. 업계와 정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철저하게 고민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물꼬라도 튼다면 선진 기술력 습득 등 수주 외에도 다양한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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