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창립기념일은 1월5일? 3월27일?··· 기업 창립기념일에 담긴 비밀

창립기념일이란 회사가 설립된 날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렇다고 설립된 날이 고정불변의 날은 아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재계 주요그룹들은 총수나 사업환경의 변화가 일어날 때, 변화와 혁신을 통해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창립기념일을 바꾸기도 한다.

LG그룹은 5일 창립 70돌을 맞았다.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그룹 모태 회사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한 시점은 1947년 1월 5일로 이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는 이날이 창립기념일이 된다.

그러나 실제 LG화학이 지내는 창립기념일은 3월 27일이다. 이날은 그룹 공식 창립기념일이기도 하다. 1월5일에서 3월 27일로 기념일이 변경된 이유는 그룹 내 전반적 변화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3월 27일이 창립기념일로 지켜지기 시작한 해는 1996년부터다. 창업자 구인회 회장이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하고 11년이 지난 1958년 10월 핵심계열사인 금성사(현 엘지전자)가 세워졌다. 이후 1995년 구본무 회장이 3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그룹명칭을 럭키금성에서 엘지로 바뀌었다.

당시 그룹 안팎에선 ‘굳이 잘 알려진 그룹명을 왜 바꿔야 하는가’라며 반대가 많았지만 당시 부회장이던 구본무 현 LG그룹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 변경이 필수적이라며 그룹명과 함께 기업 이미지(CI)도 현재의 사람 얼굴 모양으로 바꿨다.

당시 구 명예회장은 구 회장에게 경영을 승계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룹 명칭 변경의 결정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부회장이 그해 2월 3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이듬해인 1996년 3월 27일 LG는 ‘정도경영’, ‘세계 초우량 LG’ 등 핵심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며 ‘도약 2005’라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이때부터 그룹의 공심 창립기념일을 3월 27일로 정했다.

삼성그룹의 창립기념일은 ‘모태’인 삼성물산이 출범한 3월 22일로 창립기념일을 정했다. 고 이병철 회장은 1938년 3월 1일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상회를 창업한 후 삼성그룹을 일궜다. 엄밀히 따지면 3월 1일이지만 3월 22일이 된 까닭은 그의 아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88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창립기념일도 3월 22일로 바꿨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1969년 1월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출발했지만 창립기념일은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가 합병한 날인 1988년 11월 1일로 지정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본격화됐고 반도체가 밑거름이 돼 오늘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 관계사들의 경우 태어난 시점은 제각각이지만 상징적 의미를 감안해 매년 11월 1일을 창립기념일로 지내고 있다.

SK그룹은 모기업인 SK네트웍스가 창립한 날을 그룹 창립일로 정했다. SK는 고 최종건 회장이 1953년 경기도 수원시 평동에 그룹 모태인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를 세우면서 출범했으며 이후 종합상사로 발전해 지금의 SK네트웍스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SK 측에서는 SK네트웍스의 창립일을 그룹 창립일로 여기고 있다.

롯데그룹의 창립기념일은 기업의 모태와도 같은 롯데제과의 창립기념일과 같다. 1948년 일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인 1967년 4월 3일 한국롯데 모태인 롯데제과를 세웠다. 올해는 한국롯데가 50주년을 맞는 해로 롯데그룹은 창립일인 오는 4월 3일께 롯데월드타워를 공식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