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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불법 악의고리 끊어야 새시대 도약

[건설산업 위기 바꿔야 산다]①불법 악의고리 끊어야 새시대 도약

등록 2017.01.10 09:03

수정 2017.01.10 10:59

김성배

  기자

해묵은 분식회계 의혹 어닝쇼크 주범건설사 감사의견거절 위험 항상 존재 삼성물산 등 여타대형도 위험에 노출

위례신도시 전경(출처=뉴스웨이 DB)위례신도시 전경(출처=뉴스웨이 DB)

대형 건설업체들에 대한 분식회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주가가 출렁이거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가하면 급기야 지정 회계법인으로 부터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코스닥 잡주들이나 나올만한 의견을 받은 대형건설사(대우건설)가 나오기도 했다. 관련 업체들은 공사 완료까지 수년이 걸리는 조선·건설업계의 특성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항변하지만, 국민들을 비롯한 투자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말 분식회계라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해묵은 구악을 털어내고 새 시대로 도약할 수 있을까.

◇대우건설 뿐이랴···만연 의혹
대한민국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분식' 의심을 받는다. 무엇보다 '건설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스런 오명이 생겨난 것도 회계분식을 제외하면 설명이 잘 안된다. 실제 지난 2013년 4월 GS건설이 아랍에미레이트(UAE) 현장 등에서 1분기 535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식에 4월 초 5만원대였던 주가가 추락하기 시작하더니 4월 중순 이후엔 2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호재라고 생각했던 대규모 해외 건설 프로젝트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GS건설 이후에도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해외사업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고 주가가 하락했다.

단순한 실적 악화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갑작스런 실적 악화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지난해 야기된 대우건설 지정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의 분기보고서 감사의견 거절은 이런 건설업계 분식회계 논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인딜로이트 안진으로부터 작년 3분기 보고서와 관련 ‘의견 거절’을 받았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대해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은 “회계처리가 적절하게 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의견거절을 표명했다. 회계처리가 적절했는지 못 믿겠다는 통보다.

3896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은 지 불과 1년여 만의 일이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상장기업에 의견거절을 제기하는 일은 1%미만으로 분식회계 잡음이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시장에 쇼크를 안긴 셈이다. 대우건설은 “연말 감사를 한달 반 이상 먼저 회계감사 절차에 돌입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식시장에서 대우건설 주가는 6730원에서 5500원 밑으로 급락한 이후 여전히 52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타 대형 건설사라고해서 분식회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건설사의 특수성이 가미된 계약방식만 봐도 그렇다. 조선해양의 경우 공사 진행 중간중간에 계약에서 정해진 공정을 마무리하면 비용을 청구하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하나 건설업은 마일스톤 방식으로 비용을 청구한다.

이 과정에서 선투입된 공사비용과 계약상 정해진 공정의 청구 시점까지의 시간차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이 미청구공사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수채권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대우건설 회계상 분식회계 의혹이 있다라면 이런 방식이 서로 유사한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여타 대형 건설사들도 분식회계 논란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형 건설사 어디든지 언제든 어닝 쇼크나 빅 배스(대규모 부실정리)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어닝 쇼크 매년 반복
건설산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허술한 회계기준으로 분식회계의 위험에 노출돼 왔다. 수주산업의 회계절벽은 대부분 미청구공사로 인해 발생하는데 미청구공사는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금을 의미한다.

발주처가 건설사의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항목이다. 이를테면 A건설사가 1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는데 올해 공정률이 25%라고 계상한 데 반해 공사금액은 20%만 받으면 50억원이 미청구공사로 인식되는 것이다. 건설공사처럼 사업기간이 수년 걸리는 경우 이런 미청구공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사업진행 정도에 따라 돈을 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금 회수에 실패하면 즉시 손실로 인식된다. 미청구 공사액이 시장 어닝 쇼크와 건설 디스카운트의 주범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에 대해 의견거절을 낸 것 역시 이런 미청구공사를 잠재부실로 여겼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14조원에 달한다. 이 중 대우건설을 포함해 대림산업, GS건설은 전년 말과 비교해 미청구공사가 늘어났다.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2013년 1조5000억원을 기록한 후 계속 늘어 지난해 3분기 2조158억원을 돌파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장이 미청구공사 등 건설사들의 회계 투명성을 의심하지 않도록 원가 공개의 범위를 넓히는 등 건설사 스스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국 역시 국내 건설업계의 회계 투명성이 세계 꼴지 수준인 만큼 회계부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식회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처벌 수준보다 훨씬 큰 솜방망이 처벌이라면 기업들이 분식회계 유혹에 쉽게 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각각 5000억원, 3800억원, 2700억원의 분식회계를 일으킨 효성그룹, 대우건설, 계룡건설에 대한 제재가 과징금과 감사인 지정 2~3년, 담당임원 해임권고 수준에 그친게 단적인 예다.

이들 기업을 회계감사한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회계부정에 대한 이 같은 금융당국의 봐주기식 처벌은 미국이 엘론, 월드컴 등 분식회계를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 수십년의 징역형을 부과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과 미국은 분식회계로 인해 당국이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규모도 큰 격차를 보인다. 우리나라 과징금 한도는 20억원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최대 1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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