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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의사결정 막아야 검은 거래 끊는다

[Change System, Upgarde Korea]제왕적 의사결정 막아야 검은 거래 끊는다

등록 2017.01.02 07:47

수정 2017.01.02 11:13

임주희

  기자

이사회 독립성강화로 황제경영 막아야정경유착 총수는 10년간 경영 막는 法마련 해야국회도 준조세 방지 특별법제정해야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청문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청문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국회가 입법을 해서 (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막아달라”

작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청문회에 불려나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법으로 정경유착을 근절시켜 달라며 남긴 말이다. 당시 구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는 이유가 뭐냐”는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청문회장을 놀래켰다.

지난해 12월 6일 9대 그룹 총수들은 국회 증언대에 무더기로 불려갔다. 이 자리에선 대통령과 대기업간의 검은 거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 회장의 발언은 정권과 재벌의 정경유착의 구태가 매 정권 이어져 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권-재벌의 오랜 적폐 정경유착
1988년에도 2016년을 복제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국회는 ‘제5공화국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일해(日海)’ 청문회를 실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대기업들로부터 거둔 기금에 대한 청문회였다.

28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정경유착의 형태뿐이었다. 기업이 정부의 요구에 휘둘리는 악순환은 지속됐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모금, 1977년 ‘세풍(稅風) 사건', 2002년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불리는 불법대선자금 의혹, 2008년 삼성특검 등은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예이다.

정경유착이 사라지지 못한 것은 국가 중심 경제발전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기업을 통제하며 기업의 흥망성쇄를 결정했다. ‘경제성장’이라는 프레임 아래서 정부와 기업간 유착은 필연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강력한 힘으로 경제를 통제하려는 정부와 그 속에 편하게 성장해온 기업의 부작용이다.

1985년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은 당시 정권에 돈을 적게 냈다가 괘씸죄로 그룹이 공중분해 됐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좌파 성향의 영화를 만들었다가 쫓겨났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괘씸죄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야권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받게 된 것도 조 회장이 미르재단에 비교적 적은 출연금을 내 괘씸죄를 샀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전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은 보험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이라는 프레임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렵다.

기업 총수가 정경유착 방지를 위한 입법 요구에 나선 것은 기업들이 국가의 그늘에서 안위를 이어가는 태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발점이다. 재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유착 끊을 근본적 규제 절실
앞서 다양한 규제가 존재하긴 했다. 지난 2010년 상법 개정으로 회사기회유용 및 이사의 자기거래 규제 조항 신설, 2012년 상증세법 개정으로 증여의제를 이익으로 간주해 과세,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 문제는 또 다시 불거졌다. 기업들은 분할, 합병, 영업양수도 등 사업재편을 통해 법 개정을 회피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재벌이 시장을 벗어나 정부와 정치권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제도 개선책이 사실상 재벌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으려면 기업이 규제를 회피할 수 없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특경가법상 재산이득액 규모 50억원 이상 처벌 강화와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대상자 확대를 제안했다. 특정재산범죄 이득액이 100억 원 이상인 경우 형의 하한을 7년 이상으로 강화해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취업제한 대상자 범위도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정 비율 이상의 형기를 채우지 않은 자나 집행 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등 불법경영진에 대해서는 특별 사면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도 제안했다. 채 의원은 다중대표 소송제 및 다중장부열람권을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방식 명문화 및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민주당도 정경유착 청산과 제2의 미르·K스포츠 재단을 막기 위해 다양한 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더민주는 공익법인의 설립·승인, 운영·감독, 승인취소 권한을 갖는 시민공익위원회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공익법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주주대표소송제를 도입해 경영 책임성을 강화하고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 확대도 추진한다.

이처럼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다양한 규제 법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규제개혁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글로벌 경기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기만 한다면 2% 성장은 커녕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상반기부터 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과 일본의 경우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사태로 국내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법안 등 대기업 관련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라며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정부와 정치인이 기업에 준조세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부금과 정치자금법, 김영란법 등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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