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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
등록 :
2016-12-27 13:34

[丙申年이 남긴 것은-정치]총선패배에 역대급 스캔들…박근혜 정권의 몰락

4·13총선, 예상 깨고 원내 1당 내주고 여소야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결정타…사상 2번째 탄핵 가결
아직도 끝나지 않은 논란…특검·헌재 판단에 쏠리는 눈

사진=새누리당 제공

논란 끝에 탄생한 박근혜 정권이 끝내 스스로 무너졌다. 임기 4년이 지나도록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왔던 정권은 비선실세 의혹이라는 엄청난 스캔들에 휩싸여 불과 두 달 만에 처참히 붕괴됐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불 같이 타오른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남은 임기를 다시 수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과 108만표 차이로 꺾고 신승했다. 양자대결로 인해 각 후보는 물론 지지자들까지 첨예하게 대립했던 만큼 선거를 둘러싸고 댓글 개입과 부정 개표 등 숱한 의혹과 논란으로 얼룩졌다.

박근혜 정권은 조직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인사(人事)에서부터 실패했다.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내각에 발탁된 이들이 크고 작은 개인 비리로 줄줄이 낙마했고 이 같은 흐름은 임기 내내 이어졌다.

후보자들마다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정도는 ‘기본 옵션’으로 장착한 채 국회 청문회에 임했고 상당한 이들이 병역 논란과 세금 체납으로 진땀을 흘렸다. 그럼에도 여대야소의 국회 구조와 박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임명 강행 속에 무사히 안착한 후보자들도 적지 않았다.

불통의 정권은 올해 4월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처절하게 심판받았다. 과반 의석을 기준점으로 삼았던 새누리당은 120석을 간신히 넘기며 원내 2당으로 밀려났다. 야권이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내심 개헌선(180석)을 바라봤으나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전횡 속에 선거를 치른 결과 유권자들로부터 철퇴를 맞은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을 휩쓸며 123석으로 원내 다수당의 지위에 올랐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켜 38석을 확보했다. 완연히 여소야대 구도가 갖춰졌다. 물론 선거가 끝난 뒤 여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이 이뤄지며 원내 1당으로 다시 올라서긴 했으나 큰 의미는 없었다. 오히려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의 씨앗이 다시 뿌려졌다.

5월부터 시작된 20대 국회는 모든 것이 반대로 바뀌었다. 야당 출신의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에 등극했고 각 상임위마다 야당 의원들이 다수를 점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그간 계류 중이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급물살을 탔고 여당은 이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봤다.

사진=새누리당 제공

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맞서 여당 대표가 단식을 벌이고 여당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정 의장의 ‘말 한마디’를 문제 삼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일주일 동안 곡기를 끊었고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단은 돌아가면서 국회 내 1인 시위를 하는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집권여당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는 것으로 보였다.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협치를 제안하는 등 소통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0월 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터져나오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박 대통령의 수차례 대국민 사과가 이어졌음에도 민심은 빠르게 악화됐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끝모를 추락을 거듭했고, 청와대 참모진들의 대폭 교체에도 주말 촛불집회에 나서는 인파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새누리당은 또 다시 분열되기 시작했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은 야권이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였고 새누리당 내 비주류는 잠시 좌고우면했으나 여론의 역풍에 놀라 ‘탄핵열차’에 곧바로 탑승했다. 당 주류인 친박계는 이들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며 항거했으나 별다른 힘을 쓰지는 못했다.

결국 탄핵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되면서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암투가 벌어졌고 그 대결의 분수령인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우택 의원이 나경원 의원을 꺾으면서 친박계가 승기를 잡았다.

별다른 선택지가 남지 않게 된 비박계는 탈당을 선언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30여명이 연내 동반 탈당하기로 결의했고 추가 이탈 인원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 옹립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순식간에 100석 이하로 의석이 줄어든 새누리당은 현재 상황으로는 자체적 대선후보를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다른 집단과의 연대나 통합, 유력한 인사 영입이 아니고서는 당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당명을 변경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2월 한나라당에서 개명한 이후 5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박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앞당겨지면 이 시점 역시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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