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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남 기자
등록 :
2016-12-27 13:40

[丙申年이 남긴 것은-금융]초저금리 시대…금융시장 대혼돈

예·적금 이자수익 기대 힘들어
가계대출 폭증…부채만 1300兆
위기는 기회…P2P금융 시장 안착
중금리 활성화…금리단층 해결해

올 한해 국내 금융시장은 저금리 장기화의 여파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모양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더는 예·적금 상품은 목돈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굳이 예·적금이 아니더라도 금융기관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이 낮아지고 있다.
저금리의 장기화는 예·적금 등 수신상품을 넘어 투자 기조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과 맞물려 투자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갔고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의 대출이 증가하며 가계부채가 올 해 1300조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병신년은 그간 이어졌던 저금리 기조 장기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금융권에 영향을 끼친 한 해”라고 평가했다.

◇돈 갈 곳이 없다

지난해 3월과 6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한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에 현재 기준금리는 1.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예·적금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2.0% 이상인 상품은 사상 처음으로 0%로 집계된 바 있다. 즉, 돈 1000만원을 은행 정기예금 상품에 넣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은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은행보다 예·적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저축은행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3월에는 79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역시 2%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2% 초반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인하됨에 따라 금융사들도 예·적금의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예·적금을 통한 이자수익은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더이상 예·적금은 돈을 굴리기위한 용도가 아닌 일종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올 한해 이같은 상황이 더욱 두드러지는 한 해 였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악화 화두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295조8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4분기 추이까지 합할 경우 올 해 가계신용 잔액이 1300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의 급증의 중심에는 저금리의 장기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금리의 장기화는 투자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게끔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분기 기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433조6000억원에 달했고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도 110조8000억원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는 가계부채의 급증세 완화를 위한 공세를 펼쳤다.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8·25 가계부채 대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방안들은 은행이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등 대출 옥죄기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는 가계부채의 급증을 완화하지 못했을 뿐더러 질적 악화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의 대출수요를 줄이지 못하고 옥죄는 효과만 나타나자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은 은행권에 비해 대출 금리가 높아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커지게 된다. 양과 질 모두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실 그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면서도 “하지만 올 해 저금리 기조가 심화함에 따라 가계부채의 양도 증가했고 덩달아 질적 측면에서도 악화된 한 해다. 가계부채라는 폭탄의 심지에 불이 붙은 한 해”라고 평가했다.

◇악재 속 新금융 바람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 금융권을 둘러싼 악재가 본격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도 했다. 새로운 투자처인 P2P금융이 국내 금융시장에 안착을 시작했고, 중금리 대출 시장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또 새로운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위한 준비도 끝났다.
먼저 대출자와 투자자를 직접연결해 주는 P2P(Peer to peer)금융이 국내 금융시장에 안착,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P2P금융은 저금리를 틈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통해 대출자를 끌어들였고 은행권에서 대출이 거절당한 대출자를 중심으로 중금리대의 대출을 진행해줬다. 이에 P2P금융은 올 한해에만 4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P2P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P2P금융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기 시작하며 성장세가 가팔라졌다”며 “오히려 저금리가 P2P금융에는 성장의 기회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출시장에서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10%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간 20%가량 차이가 났던 대출시장에서의 금리단층현상이 완화하기 시작한 것. 게다가 금융당국 역시 정책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내놓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단층 현상은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그간 은행과 제2금융권간의 대출 금리 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 한해 저축은행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사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금리단층 해소의 신호탄을 쏜 한 해 였다”고 평가했다.

병신년(丙申年)은 23년 만의 새로운 은행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는 올 한해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제반작업 등을 마치고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받았다. K뱅크는 2017년부터 국내 금융시장에 첫 선을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그간 국내에서 접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은행이 될 것”이라며 “올 한해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을 예고하는 한 해 였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새로운 금융의 서막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남 기자 secrey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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