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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기자
등록 :
2016-12-07 00:58

[총수 청문회]의혹 중심에 선 이재용…‘미래전략실 해체’ 폭탄선언

오전 10시부터 13시간 장시간 진행
답변 대부분 ‘송구하다’, ‘기억 없다’
전경련 활동과 선 긋겠다 의견 피력
朴 독대·자금 지원 대가성 여부 부인


대기업 총수 9명을 대상으로 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청문회는 사실상 ‘삼성 청문회’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큰 관심이 쏠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3시간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폐지, 전경련 탈퇴 선언 등 일부 폭탄발언을 내놓기도 했으나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했다.

‘최순실 커넥션’ 의혹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연이은 질문에 이 부회장은 “송구스럽다”, “정확히 기억 안난다”,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에 다시 연루되지 않겠다” 등의 말을 되풀이하며 대가성과 관련한 의혹들을 부인했다.

이날 의원들은 삼성그룹의 심장부로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전략실이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하는 각종 병폐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이후 전략기획실이 폐지된 후 2010년 11월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조직이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이 전략기획실 해체와 돈 납부 등의 약속을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미래전략실의 참모들이 쓴 소리 할 줄 모른다.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 부회장은 “창업자이신 선대회장이 만든 것이고 저희 회장이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답했다.

이미 미래전략실 규모는 상당폭 축소된 상태다. 삼성은 지난해 연말 전략1팀과 2팀을 합치고 이건희 회장의 의전을 담당하던 비서팀까지 없앤 바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에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정조사 재벌총수 청문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질문의 하이라이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해오던 국민연금이 돌연 찬성의사를 표시한 것과 관련해 외압이 있었는지를 진위를 따져물은 점이다.

이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3자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꼭 입증해야하는 부분인 만큼 의원들은 이 사안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던졌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가 심하다는 얘기가 있다는 내용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메모가 발견됐다”면서 “삼성에서 안 전 수석에게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설득은 삼성이 진행했으며 대통령과 독대하면서도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서는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도 큰 주주지만 그보다 2배의 의결권을 지닌 소액주주들이 찬성하지 않았으면 합병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주주의 중요성을 감안해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회사를 만들어 놓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부회장이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를 알게 된 시점과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자금 지원을 보고 받게 된 배경,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 등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부회장의 구체적 답변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란히 “최순실 씨의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정확한 시기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안민석 의원이 “승마협회 회장사 권한이 한화에서 삼성으로 이관됐는데 임원들로부터 회장사를 맡은 사유를 들었느냐”면서 “그때 이 부회장이 최순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고 이 부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가 된 시점이 ‘정윤회 문건’이 보도된 2014년 12월 이후인 2015년 3월이라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용주 의원은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가 된 후에 도쿄올림픽 선수 지원 로드맵(정유라 출전 지원)을 발표했는데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80억원이라는 돈을 오너도 모른 채 경영진이 지원하나는 그런그룹을 국민이 어떻게 믿고 투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덕의 소치”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의 지속되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에 실질적 그룹 총수로서 경영능력 자질을 의심하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부회장은 “제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저보다 우수한 분을 찾아서 회사로 모시고 오는 일이다"라면서 "저보다 우수한 분이 계시면 바로 다 넘기겠다"고 답했다.

현재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든 더 좋은 적임자가 나타나면 자리를 물려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과 상관없는 다소 엉뚱한 질문이 오가기도 했다. “성격이 부친 모친 어느쪽 닮았다고 생각하나”, "부친 경영 스타일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그는 “두 분의 좋은 점만 닮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선율 기자 lsy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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