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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연 기자
등록 :
2016-11-29 08:24

[부채재앙]고삐풀린 금리 韓경제 파탄난다

대내외 변수에 채권금리 천정부지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덩달아 올려
가계대출 65.4% 시장금리에 연동
집값 하락 등 복합상황 땐 큰 충격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외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1300조원대의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빚과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한계가구들이 급증해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채권금리 ‘들썩’…가계부채 영향

가계부채는 그 규모만으로도 이미 우리 경제에 위협적인 요소지만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가계부채 문제를 더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 3년물, 5년물,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찍는 등 시장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것은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다. 채권금리는 은행들이 적용하는 대출 금리와 사실상 연동돼 있어 시장이 불안하면 가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다음달 한 차례, 내년에 두 차례 각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의 금리수준은 1.00~1.25%로 우리나라와 동일해져 해외 자금 유출 우려와 함께 국내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진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고대 대량 매입을 통한 공개시장 운영에 나섰으나 채권시장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채권은 한국은행의 직매입 조치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이번엔 단기물 매도가 이어지면서 단기채권에 대한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기물 금리 급등으로 시스템 불안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년 이하의 단기물 금리는 통화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65.4%가 시장금리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로 금리 인상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금리인상 효과로 금융권의 대출금리가 더 오르면 가계들의 빚 상환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금리가 오르고 그것이 대출금리로 이어진다면 가계부채 문제에 심각성이 가중된다”며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3월 말 기준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134만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2.5%에 달했다. 한계가구가 증가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전반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득이 5% 하락하고 금리가 1.0%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지난해 기준 1140만원에서 14%가 늘어난 1300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내년 말 약 15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집값 하락, 또다른 위험

부동산 부양정책을 통해 띄워놓은 주택가격 역시 가계부채를 더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 KDI는 주택가격이 5% 하락할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6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의 비중이 기존 6.5%(2015년)에서 10.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부 규제완화로 한계가구에 진입한 가구 중 절반이상은 대출금을 자산축적보다는 사업자금 마련, 생활비 마련 등에 써버려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를 통해 금리가 200bp 상승하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는 복합충격이 발생하면 위험가구 비율이 14.2%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이미 국내 주택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라는 점으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7만731가구, 내후년 입주물량은 40만 8054가구 등 총 77만8785가구로 2년 단기물량으로는 1990년대 이후 가장 많다. 과잉공급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가 짊어져야 할 부채는 더 늘어난다.

김지섭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미국발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내년에 국내경기 둔화로 명목소득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 터지면 한국 경제가 악순환의 고리에 내몰릴 수 있다”며 “가계소득 감소로 연체율이 늘면서 금융권 상환압력 증가하게 되면 한계가구가 주택을 매도하고 다시 집값 하락의 촉매가 되면서 금융권 상환압력이 높아지는 위기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 규제완화 이후 가계대출 총량이 소득증가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DTI와 LTV를 이전수준으로 환원하고, 집단대출 및 한계가구 대출 관리도 강화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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