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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한국]경제팀도 ‘휴업’…내년 정책 손도 못대

한국은 성장의 단계적 하락추세…가계 살려야
안팎에서 터지는 경제리스크 위협강도 높아져
리더 없어 경제 정책·대응 부재…가장 큰 문제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선장 없는 한국호(號)가 표류하고 있다. 넘기 힘든 파고가 밀려오고 있지만 시의적절한 대처가 예전만 못하다. 안팎에서 ‘불확실성’이 터지고 있는데 해결사 노릇을 할 키잡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경제정책방향 같은 현안 해결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성장의 길로 본격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수장의 부재 속에서 경제정책은 중심을 잡기 어렵게 됐다. 경제 위기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 원래부터 힘들었다
우리경제를 곤란하게 만든 예상하기 힘들었던 대내외 사건과 결정들이 잇따라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우리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좀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쌓여 불안정한 경제기반이 전제됐기 때문에 충격을 쉽게 흡수했다. 여기에 정부의 대응이 단기적 충격완화에만 그친 게 상황을 악화시켰다.

제대로 된 성장맛을 보지 못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이때부터 세계경제 성장이 질적으로 낮아졌고, 성장률 또한 예전만하지 못했다. 위기를 탈출하고자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풀고 중앙은행들은 앞다투어 기준금리를 내렸다. 일부 주요국은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꺼내들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 6~1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오다가 2007년까지 3~7%로 낮아졌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3%대 전후가 됐다. 단계적인 성장률 하락이 이어지는 동안 내실마저 챙기지 못했다는 증거가 최근 경제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 및 경제성장률 추이

주목할 부문은 가계다. 지표가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 곳이자 향후 큰 역풍이 우려되는 부문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69.6%에서 2013년 64.3%로 5.3%포인트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두 번째로 높다. GDP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뒤에서 세 번째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1996년 12%에서 지난해 1.6%로 쪼그라들었다. 가계가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빚을 냈고, 버블이 형성됐다. 악순환이 지속되는 동안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경제 뇌관이 됐다. 빚에 억눌리고 소득이 늘지 않자 가계는 지출을 줄였다. 내수위축이 시작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부진이 장기화됐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수출이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의 경영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내수까지 힘이 떨어지자 고용이 줄었다. 이는 청년실업률 상승을 야기했다.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됐다.

◇ 대책은 단기에 머물렀다
정부도 경제 악순환을 끊고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었다. 그러나 대책은 일관성이 없었고, 단기성에 불과했다. 이명박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냉온탕을 오갔고, 40조원을 쏟아 부어 4대강 사업을 벌였던 게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비슷한 모습이 재현됐다. 2000~2006년간 7번 편성된 추경은 총 30조2000억원이지만, 2008년부터 올해까지 5번의 추경은 72조9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정부 주도의 대규모 세일행사나 개별소비세 인하 같은 단기적이면서 후폭풍이 예고된 대책이 대거 쏟아졌다. 돌발악재가 터질 때마다 충격 완화를 이유로 한 미니부양책이 나왔고, 기준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따라 내려갔다. 대내외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시장은 정부의 입만 바라보게 됐고, 정부의 재정이 성장을 끌어올리는 왜곡된 경제모습이 갖춰졌다.

◇ 앞으로가 더 문제다
중장기적 시계가 보이지 않고, 지속된 헛발질로 균형을 잃은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상실한 결정타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였다. 전환을 꾀하려 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체를 결정했지만, 내정자들이 3주 동안 취임하지 못하면서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붕괴됐다.

결정권자 공백은 대내외 리스크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트럼프 쇼크’ 당시 하루 동안 정부에서 세 번의 대책회의가 열렸지만 모니터링 강화라는 김빠진 결론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특히 당장 다음달 발표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마련이 맥없이 추진되고, 400조원 슈퍼예산인 내년도 예산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도 힘들다. 경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표류하고 있고, 현정부의 마지막해인 만큼 정책동력이 많이 약화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의 확보이므로 단기적인 처방은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중장기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그런데 최순실씨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면서 컨트롤타워 부재는 물론 경제정책·진단마저 불가능해져 당장은 마땅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정치적 안정과 경제컨트롤타워 재건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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