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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가 감동해야 세계가 감동한다

[내수가 답이다]한국 소비자가 감동해야 세계가 감동한다

등록 2016.11.08 08:41

정백현

  기자

갤노트7·車리콜 국내 소비자 차별 논란글로벌 시장 집중할 때 국민은 ‘호구’ 전락기업 어려워지면 결국 의지할 곳은 내수국민이 납득하고 만족할 제품 만들어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9월 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소손 현상 관련 브리핑에서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9월 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소손 현상 관련 브리핑에서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내수 부진이 장기화를 넘어 고착화 구조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우리나라 제품을 믿고 살 수 있도록 제조사들이 관념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애용해야 산업계 전체가 산다’면서 우리 제품을 사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마케팅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국민을 감동시키는 것이 먼저 수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실종된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야 비로소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는 뜻이다.

내수 시장에서 국산품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대부분 비슷하다. 처음부터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당연히 국산품을 쓰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무턱대고 국산 제품을 샀다가 ‘호구’ 취급을 받은 사례가 많기에 더더욱 꺼려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우리나라 회사가 생산한 제품임에도 내수 시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제품은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가 최근 내놨다가 초대형 논란을 일으키고 단종된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과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다수의 자동차들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은 국내외 안팎의 선풍적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 8월 초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출시 직후 열흘도 안 돼 곳곳에서 터진 배터리 소손 현상과 발화 논란으로 안팎으로 큰 상처를 입었고 결국 최초 출시 이후 54일 만에 단종되는 비운을 맛봤다.

갤럭시노트7의 결함을 두고 삼성전자는 배터리 공급사 중 일부가 생산한 배터리 셀에서 문제가 있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시장 안팎에서는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가 문제라고 분석했지만 삼성전자는 “특정 제조사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1차 생산중단 이전까지 출하된 제품에 탑재됐던 삼성SDI의 배터리가 2차 생산 분량에서 빠지면서 삼성SDI의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삼성은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애매한 반응만 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국내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에 가장 크게 실망했던 대목은 리콜 과정에서 나타난 국내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 간의 미묘한 차별 대우 논란이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7 해외 사용자들에게 작은 상자를 전달했다. 이 상자에는 보호 라텍스 장갑과 정전기 방지 포장, 교체 박스, 이중 박스 등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이 상자를 받은 고객에게 “제품을 바꾸려면 반드시 지상 운송을 이용하라”는 지침서까지 보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상자가 전혀 공급되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은 갤럭시노트7을 에어캡(일명 ‘뽁뽁이’)에 싼 뒤 아무 상자에 담아서 개통처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설령 중간에 폭발한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에서는 운송 과정에서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만일의 사태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일언반구의 안내도 없다”며 “한국 소비자들을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이 한국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며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또한 이미 수년 전부터 내수 시장에 내놓은 제품과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제품 또는 해외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제원과 성능이 다르다는 논란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내수 판매용 제품과 해외 판매용 제품의 차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개 비교 테스트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곳곳에서 차별 논란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 논란은 올해 들어서 유독 크게 비화됐다. 특히 현대차의 내수 제품-해외 제품 리콜 차별 논란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박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중순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최근 5년간 북미 지역에서 총 52건의 리콜이 있었던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동일한 결함으로 리콜된 사례가 24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미국보다 늦게 이뤄졌다”며 내수-해외 차별 논란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최근 미국에서 쏘나타 고객 88만명을 상대로 엔진 결함에 대한 수리비 보상에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국내 소비자들과 관계없다고 말했다가 내수 차별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보증 기간도 미국 수준으로 맞춰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저질 제품 생산’ 문제는 물론 국내 소비자들을 이른바 만만하게 보는 제조사들의 행태가 계속 된다면 국민들이 내수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고 이는 내수 불황의 고착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사들이 허울 좋은 마케팅으로 품질 논란을 진화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상품 기획 과정에서부터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사항과 트렌드를 제대로 짚은 뒤 꼼꼼하고 진정성 있게 생산과 판매에 나서야 국민들이 호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늘날 우리나라 산업계를 지탱하는 이른바 ‘메이저 브랜드’가 있기까지는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해외 소비자보다 국내 소비자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상품 기획과 생산, 사후 처리 등이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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