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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6-10-27 17:44

[현장에서]28년 만의 삼성전자 임시주총, 박수와 질책 공존했다

의안 심의에 반대 없이 박수로 찬성
사옥 바깥서는 의안 반대 시위 열려
주주, 갤노트7 논란 향해 날선 비판
“기술진 격려해달라” 읍소하자 박수

삼성전자 제 48기 임시 주주총회 개최.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삼성전자가 회사의 긴급 경영 현안을 의결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총 현장에서는 우렁찬 박수와 따끔한 질책이 공존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제48기 임시주총을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가장 최근에 열었던 임시주총은 28년 3개월 전인 1988년 7월의 주총이었다. 당시 임시주총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통신의 합병안이 의결됐다.

삼성전자의 웬만한 경영 현안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매년 3월에 여는 정기주총에서 처리돼왔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임시로 주총을 연 것은 삼성전자가 당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고 중요하다는 것으로 보여졌다.

이날 주총에는 개인주주와 기관투자자, 삼성전자 경영진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주총의 핵심 의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의 중요성을 증명하듯 수많은 취재진도 다목적홀과 아래층에 마련된 취재 공간을 가득 메웠다.

같은 시각 사옥 밖에서는 삼성전자가 상정한 주총 의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서초사옥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동한 경찰 버스 4~5대가 서초사옥 주변에 등장했고 경찰 병력들이 서초사옥 입구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에 나섰다.

삼성전자 집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먼저 이날 주총을 통해 분사 여부가 결정되는 프린팅솔루션사업부 직원 1200여명이 오전 9시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고용 보장과 위로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주총 현장인 다목적홀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의견을 표출했다.

아울러 서초사옥 동편 인도에서는 강남역 8번출구 앞 광장에서 수개월째 노숙농성을 벌여 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측 인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퍼포먼스와 기자회견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의 집회는 이날 주총에 어떤 부분에서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임시주총의 의사봉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DS부문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잡았다. 권 부회장은 주총 개의 직후 진행된 인사를 통해 최근 국내외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대해 삼성전자 CEO로서 통절히 사과했다.

권 부회장은 “최근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계기로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하겠다”면서 “삼성전자는 앞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 공급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신뢰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은 이인호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의 감사보고가 끝난 후 권 부회장의 의안 설명과 의안 상정, 주주들의 의사발언과 동의·재청, 최종 의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첫 번째 의안으로 상정된 프린팅솔루션사업부의 분할 안건은 의사발언에 나선 주주들이 대부분 “삼성전자의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에 찬성한다”면서 회사 측이 상정한 원안대로 의결해줄 것을 동의·재청했다. 결국 표결 없이 주주들의 박수로 안건이 의결됐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서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1일자로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분할해 ‘에스프린팅솔루션’이라는 이름의 신설법인으로 분사시킨다. 에스프린팅솔루션의 지분은 세계 최대 규모의 프린팅업체인 휴렛팩커드(HP)로 매각된다.

두 번째 의안으로 상정된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역시 빠르게 통과됐다. 이미 국민연금공단 등 다수의 주주들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우호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불만없이 삼성 측 의견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 후 5분 만에 첫 번째 안건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의 박수로 의결됐다.

삼성전자 제 48기 임시 주주총회 개최.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주총 개의에서부터 2호 의안 통과까지 걸린 시간은 40여분에 그쳤다. 그동안 매년 삼성전자 정기주총이 의안 토의에만 1시간 이상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이날 주총은 2호 의안 통과를 끝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주총(?)은 2호 의안 통과 이후에 진행됐다. 권오현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논란과 관련해 주주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마이크를 신종균 IM부문 대표이사 겸 사장에게 넘겼다.

신종균 사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많은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후 성난 주주들은 삼성전자 경영진을 향해 성토와 비판을 쏟아냈다.

한 주주는 “누군가는 갤럭시노트7 사태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경영진을 쏘아붙였고 권 부회장은 “현재 사건 수습과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주주는 “이번 사태는 실적 악화는 물론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추락시킨 것이 더 큰 문제”라며 “23년 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당시 등장한 혁신의 문장을 지금 시점에서 뼈저리게 되새겨야 한다”며 거세게 질책했다.

이에 권 부회장은 “현재 다수의 삼성 엔지니어들이 매우 의기소침해 있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고생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을 위해 응원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읍소하자 많은 주주들이 박수로서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을 격려했다.

이날 주총은 최초 개의 후 1시간 15분이 지난 오전 11시 15분에 마무리됐다. 주총을 마친 주주들과 경영진은 현장을 빠르게 빠져나갔고 점심시간이 되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서초사옥 주변에 설치됐던 방어벽 역시 모두 해체됐다.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칠 것처럼 긴장된 분위기였던 서초동 삼성타운은 결국 큰 소동 없이 조용히 평화를 다시 되찾았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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