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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등록 :
2016-10-25 07:47

[창간기획]말만 많은 정부의 4차 산업혁명…‘어떻게’가 빠졌다

한국은 몇시인가: 4차 산업혁명시대 백년대계 선택기로-우왕좌와 한국경제
R&D 투자와 고급 인력 육성 필요한 시점
법제도 차원의 세부 기업 정책방향 설정
신기술 개발에 대한 규제 철폐도 필수

로봇이 인간을 이겼다. 지난 3월 진행된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다.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알파고’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릴 것이라 전망하고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 육성과 스마트공장의 고도화 방안 등을 내놓으며 큰 그림은 얼추 그려진 모양새다. 다만 세부적인 조정은 아직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기술 개발의 발목을 잡는 규제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도화된 기술력이 핵심인 산업인 만큼 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서비스업과 제조업은 물론 이를 융합할 수 있는 사업서비스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이달 초 정부는 국내 로봇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민관공동으로 총 5000억원 이상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구축한 기업 가운데 첨단제조로봇들을 투입하는 시범프로젝트를 2018년가지 20곳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도 설치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휴머노이드 기술력을 확보하고 석박사급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연말까지 국내 대학 또는 연구소를 선발해 5년간 15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마련했다. 올여름 발표된 서비스경제 인프라혁신, 7대 유망서비스업 육성 방안 등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관련 분야의 25만개 일자리를 추가 창출하고 서비스 수출액 15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도와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할 때 좀 더 명확한 방향성과 진득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판에 박힌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인력양성과 R&D 지원이라는 주장이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내놓은 ‘4차 산업혁명과 서비스업 발전전략’ 보고서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 제고와 병행하는 서비스업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광, 의료 등 독립적인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서비스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저부가 서비스업의 고용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과 연계된 고부가 산업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책당국은 단기적인 정책 효과에 집중하기 보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다 중장기적인 산업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 새로운 흐름 준비해야
현재 국내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과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이해하고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가운데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도가 주요국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들의 관련 산업 시가총액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은 기술적 하드웨어 및 장비 부문의 비중이 19.8%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독일과 일본 등 기계산업 강국들의 경우 자본재 부문이 각각 10.5%와 13.8%로 가장 높았다. 미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11.9%였으며 중국은 자본재 부문이 12.9%의 비중을 차지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규제 및 세제 등을 기업 친화적 방식으로 전환해 투자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진입·퇴출 장벽의 제거와 연관 산업의 자원 재분배 등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 차원의 세부 기업 정책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전문가와 범부처 공무원으로 구성된 실무기획단을 설치해야 한다”며 “위원회와 기획단을 병행하면 신속하고 강력하게 일은 추진하는 데 효과적이다”고 주장했다.

현재 4차 산업혁명 신기술들의 경우 국내 기술력으로 취약한 분야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연구자들이 창의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합리적인 대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규제와 관련해 신기술 개발과 산업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선진국보다 엄격한 규제는 신속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재 기자 russa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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