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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등록 :
2016-08-19 15:17

세금만 잘 걷히는 나라…상시적 불경기는 무대책

경기불황 속 상반기 세수 19조원 더 걷혀
부동산 가격상승-정부 단기대책 영향 탓

사진 = pixabay

한국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런데 세금은 비정상적으로 많이 걷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예상했던 수준보다 19조원이나 더 걷혀서 세금만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꾸릴 수 있을 정도다.

정부가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일정부분 가져가는 소득세, 물건을 살 때 함께 부과돼 소비동향을 비교적 파악할 수 있는 부가가치세, 기업의 수익에서 거둬가는 법인세까지 지난해보다 5~6조원 가량 더 늘었다.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민간소비가 살아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된 게 이유라면 이상적이지만, 현재 우리경제 상황은 정반대다. 세금증가의 미스터리인 셈이다.

세금 증가를 주도한 원인은,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경제 뇌관인 부동산 버블, 사상 최장기 기록을 세우고 있는 수출부진, 글로벌 경기침체를 심화시킨 저유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지금 세금풍년…더 걷은 세금으로 추경 편성까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조원 증가했다. 법인세는 5조9000억원, 부가세는 5조8000억원, 소득세는 4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국세수입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수펑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2000억원을 더 거둬들이면서 4년 만에 세수결손에서 벗어났다.

정부는 올해 추가세수를 활용해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빚을 내지 않고 꾸린 추경예산이고, 일부는 나랏빚을 갚는 데 편성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빚을 내서(추경) 부족한 세수를 보충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아지니 빚을 갚을 정도로 나라살림이 다소 여유로워진 것이다.

◇불황의 역설…대책은 헛바퀴만
그러나 세수실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지난해 세수실적은 빚을 내서 부족분을 메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 7월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중 세입보전액은 5조6000억원이었다. 추경으로 세수부족분을 채워 넣지 않았다면 3조4000억원 가량 ‘세수펑크’가 났던 셈이다.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올해 상반기도 주요세목별로 보면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힘들다.

소득세 증가는 양도소득세가 주도했다. 기재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명목임금 상승 등으로 소득세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양도소득세는 전년과 비교해 47.3% 급증한 11조8561억원이 걷혔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면서 거래량을 늘린 탓이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7월 서울을 주택매매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하반기 양도소득세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7.4% 증가했고, 예금이나 적금 등의 이자소득에서 떼 가는 이자소득세는 12.9% 줄어들었다. 월급 주머니가 두둑해져 소득세가 늘어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부가가치세 증가는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소비를 할 때 내는 부가가치세도 세수실적에 한 몫을 하고 있지만, 사실 세수호황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수출부가세 환급이 급감한 탓이다. 수입물품에 붙는 부가가치세가 전체 부가가치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수입물품에 붙은 부가가치세는 기업이 해당 물품으로 제품을 만든 뒤 수출할 때 받을 수 있다. 원유를 들여올 때 부가가치세를 내고, 화학제품을 수출하면 이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수출이 급감하면서 부가가치세 환급도 줄어 부가가치세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법인세도 기업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유가 영향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올라가 영업이익이 증가한 부분이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각종 쇼핑행사,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진작책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올린 소비에 따른 ‘반짝 성과’라는 해석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세수입은 자산시장 호조, 담배값 인상, 징세행정 강화 등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양호한 증가율을 보였다”고 분석하면서 “지난해만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세수는 4조원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주택가격 상승이 평균 1년 반 정도인 점과 정부가 내년 슈퍼예산을 꾸리는 만큼, 세수호황이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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