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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에릭, ‘또 오해영’ 통해 찾아낸 문정혁

[인터뷰] 신화 에릭, ‘또 오해영’ 통해 찾아낸 문정혁

등록 2016.07.01 08:00

이소희

  기자

 신화 에릭, ‘또 오해영’ 통해 찾아낸 문정혁 기사의 사진

신화 에릭 그리고 연기자 문정혁, 이제 ‘어엿한 배우’ 혹은 ‘배우 같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구석이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에릭이 처음부터 대중에게 신임 받는 배우였던 것은 아니다. 아이돌로 데뷔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연기자에 도전했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쌓아갔다.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촬영 도중 갑작스러운 사고와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에릭이 누구인가. 20년 가까이 신화라는 팀을 지켜온 리더, 뚝심 있는 사람이다. 우직한 성격대로 꾸준히 연기를 해왔고 서서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온 모범생이다.

과거만 하더라도 대중에게 에릭은 그저 말 없는 묵직한 사람이었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펼쳤던 작품인 ‘불새’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러다가 ‘신입사원’을 통해 그간 감춰졌던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코믹하게 망가지고 엉뚱한, 현실적인 감정을 연기하는 캐릭터는 에릭에게 한결 자연스러운 옷이었다. 대중은 또 다른 에릭의 모습을 알아나갔다. 그리고 그 잠재력은 ‘연애의 발견’에서 폭발, 에릭을 ‘로코킹’ 자리에 올려놨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은 그 정점이었다. 이 작품은 ‘오해영’이라는 동명이인의 두 여자(서현진 분, 전혜빈 분)와 그들 사이에서 미래를 보기 시작한 남자 박도경(에릭 분)이 미필적 고의로 서로의 인생에 얽혀가는 동명 오해 로맨스물이다.

 신화 에릭, ‘또 오해영’ 통해 찾아낸 문정혁 기사의 사진

그가 연기한 박도경은 말 수 없고 진중하지만 알고 보면 깊은 속내와 유머러스함을 갖췄다. 에릭 그 자체였다. 로맨틱한 모습으로 모두의 연애세포를 깨웠고 섬세한 감정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바르도에서 에릭을 만났다. 하늘색 와이셔츠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그는 빡빡한 스케줄 탓인지 약간 살이 빠져 보였지만,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열심히 산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에릭이 당분간 털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또 오해영’, 아직 남아 있는 여운을 함께 느꼈다.

이하 에릭과 일문일답.

- 종방연 참석 사진이 화제다. 박도경과 달리 굉장히 편안한 차림에 같은 인물인가 의심했다

종방연 전날이 종영날이었는데 (웃음) 배우들끼리 모여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면서 방송을 봤다. 다들 스케줄이 있어 집에 갈라고 했는데, 방송을 보고 나니 아쉬워서 오전 6시 반까지 같이 있었다. 서현진과 나는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밤을 새고 방송을 본 거다. 그러고 난 다음날 계속 잤다. 라면 먹고 자고, 그러다 종방연 참석하러 나온 거다.

- 종영 소감이 어떤지

다들 다음 작품을 쉽게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연기자들이 다들 잘해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현장 분위기도 좋아서 즐겁게 촬영을 했다. 물론 힘든 건 매번 힘들다. 그런데 잘되면서 힘든 것은 다르다. (웃음)

- 박도경의 교통사고가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 대본을 받고 읽어 나가는데 ‘마무리를 어떻게 하시려고 아직까지 사고가 안나나’ 싶었다. 사고가 안 나면 개연성이 없는 거다. 그런데 작가님은 모든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 노골적이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미래를 보는 도경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도 엄마의 촉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마지막 회에서 도경이가 응급실 실려갔는데 다들 싸우는 장면도 그렇다. 당연히 살았다고 보는 거다. 그렇게 과감하게 생략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좋았다.

 신화 에릭, ‘또 오해영’ 통해 찾아낸 문정혁 기사의 사진

- 일명 ‘벽 키스신’도 유명하다

내가 했던 드라마들은 계속 센 키스신이 나왔다. ‘또 오해영’은 대본상으로 8-9회까지 안 나오다가 한 방에 몰아치듯 나와서 부담스러웠다. 읽을 때는 좋은데 막상 하려고 하니 걱정도 되고. 그래서 더 많이 신경을 썼다. 첫 키스신을 하고 나니 이후 키스신들이 편해졌다. 벽 키스신은 짜여진 거였다면 이후에는 진실되게 했다.

- 심쿵하게 만드는 키스신 덕분에 ‘키스장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현진이가 워낙 잘 받아줘서. (웃음) 내가(남자주인공이) 리드하는 그림은 다른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던 거다.

그런 면에서 해영이가 병원에서 뛰어와 주도하는 키스신은 시청자 입장에서 내가 봐도 좋았다. 사실 키스신이 드라마로는 좋아 보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한다는 건 여배우한테 특히 더 힘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현진이 잘 해준 것 같다

-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4회에 점프 포옹하는 신이 있다. 우리끼리는 ‘날다람쥐 신’이라고 부른다. 하하. 아무튼 그 때 나오는 내레이션이 그만 불행하고 같이 행복하자는 내용인데, 훅 들어오는 게 있었다. 그 장면이 이후부터 엔딩까지를 품고 있는 큰 내용 같았다.

- 박도경에 대한 에릭의 생각은

매력 있는 캐릭터다. 까닥 잘못하면 비호감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를 본인의 매력으로 살렸던 것 같다. 대본상으로 봤을 때 도경이 해영에게 반한 포인트는 해영이가, 쪽팔림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도경의 트라우마와 반대되는 행동을 할 때였다.

그런데 나는 극 초반에 길거리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 해영에게 반했다고 생각한다. 오해영에게 ‘예쁘다’고 거짓말 하는 대사도 있고. 그런 걸 보면 도경은 바람둥이 캐릭터가 아니다.

 신화 에릭, ‘또 오해영’ 통해 찾아낸 문정혁 기사의 사진

- 연기만 봐도 서현진과 호흡이 좋아 보인다. 상대배우로서 서현진은 어땠나

모든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이 ‘나쁘지 않다’가 아니라 ‘최고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거의 사기캐(사기 캐릭터의 준말)라고 할 수 있다. (웃음) 다들 보물 같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5일 동안 스트레이트로 밤을 샌 건 ‘신입사원’ 이후 처음이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래도 도경은 말 수가 없어서 대본을 많이 안 외웠다. 서현진은 대사도 많았는데도 대본 때문에 딜레이 시킨 적이 없다.

또 나는 날 샐 것을 알고 체력비축을 위해 현장에서 가만히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 그런데 그 친구(서현진)는 날 새고 와서도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여기저기 이야기도 건네는데, 진짜 대단한 것 같다.

- 특이하게도 서현진, 전혜빈 등 가수로 활동했던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지금은 잘되니까 이야기 하는 거다. 초반에는 그런 게 노출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 이재윤도 피처링을 해와서 가수라면 가수다. (웃음) ‘가수 출신’이라는 게 드라마에 한두 명만 있어도 색안경 끼고 바라보시는데 여기서는 거의 다이지 않냐. 이렇게 많은 가수출신이 출연한 드라마는 없을 거다. 지금은 오히려 더 자랑스럽다.

- 제작발표회 당시, 박도경처럼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종방연 때 모습을 알고 싶다고 했었다. 그 시점인 지금, 10%를 육박하는 시청률로 뜨거운 인기와 화제성을 입증했다

그때 예상보다 지금 더 크게 웃고 있어서 좋다. 이렇게 다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다. 정말 안 좋은 때는 사고에 험악한 현장 분위기에 낮은 시청률에 몰아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이런 경우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 분들도 드라마에 같이 몰입을 해주신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았던 신들도 좋게 해석되는 부분들도 있고 우주가 도와주는 느낌? (웃음)

 신화 에릭, ‘또 오해영’ 통해 찾아낸 문정혁 기사의 사진

- 신화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나

신화 멤버들은 전작들에서 내가 멋있는 척 할 때 놀린다. 그런데 이번 캐릭터는 그다지 멋있는 척을 안 했다. 상황적으로 멋있는 거여서 놀릴 포인트를 못 찾았던 것 같다. (웃음) 보통 민우만 방송을 봐주는데 이번에는 멤버들이 다 봐줬다. 그리고 나도 ‘또 오해영’ 팬의 입장으로 봤다. ‘월요일이 언제오나’ 생각을 했다.

- 사실 방송 첫 회는 2%대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시청률이 치솟았다

제작발표회 하고 3, 4회차분 촬영할 때만 하더라도, 4%를 넘었으면 좋겠고 5% 넘으면 대박이라고 했다. 그런데 점프 포옹신이 있는 4회가 나가고 방송을 보면서 ‘잘 하면 크게 잘 될 수 있겠다’고 단체 메신저 방이 술렁였다. ‘진짜 사고칠 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분위기였다

- 그 장면이 정말 특별한가 보다

대본 읽으면서도 임팩트가 있었고 예쁜 신이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연기자들은 망했다고 생각했다. 촬영도 오래 걸렸고 와이어로 체력을 소모했다.

처음 와이어에 매달리는데 5-6시간 동안 있어서 그 모습 자체도 리얼하지 않았고, 판타지적이어야 하는지 리얼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또 배우가 우선인데 이렇게 (서현진을) 매달아놔서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화면을 봐도 그냥 매달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막상 방송에서는 음악이 깔리니 괜찮았다. 음악이 마지막 퍼즐을 맞춰준 것 같다. 대사와 영상, 연기와 모든 것들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신화 에릭, ‘또 오해영’ 통해 찾아낸 문정혁 기사의 사진

- 드라마의 인기에 대해 공을 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촬영 감독님이다. 이 드라마 들어가기 2주 전부터 현진이와 나의 전작들을 보면서 연구를 많이 하셨다. 내가 갑자기 잘생겨지고 현진이가 갑자기 예뻐진 건 아닌데 덕분에 그렇게 나왔다. 그냥넘어갈 수도 있는 건데 조금씩 움직여서 맞춰주시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결과물이 좋았다.

오랫동안 활동하다 보니 내 얼굴은 카메라의 왜곡을 많이 받는 걸 알게 됐다. 감독님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해주셨다. 특히 도경이는 초반에 보여지는 것도 없는데 잘 찍어주셔서 그걸로 잘 넘어갔고 그래서 잘생겨 보였다.

- ‘또 오해영’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고 나면 다 태워버리는 느낌이어서 멍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번에는 자극을 많이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대본 내용에서 써 있는 그대로 상황을 표현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이 작품 이후로는 이것저것 다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구를 하고 싶어졌다.

- 에릭에게 ‘또 오해영’의 의미는 남다른 것 같다

내 인생작이다. 초창기 이름을 알린 ‘불새’ 때는 일단 서브 남주였고, 내가 하면서도 공감 가는 캐릭터도 아니었다. 신화 멤버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았고 연기력 논란도 됐다.

‘또 오해영’은 주인공으로서 한 작품을 사고 없이 좋은 분위기에서, 우리도 시청자들도 만족스럽게 끝냈다는 게 기분이 좋다. 다른 것보다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나 다들 좋고 잘 하는 사람들이라 어디 가서도 지금 사랑 받은 것처럼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 [사진=E&J엔터테인먼트]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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