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반기를 구상해야 하는 박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이번 선거에 관심이 지대했고, 또 간절했다.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부산과 대구, 충청과 호남을 잇따라 방문하며 민심을 흔들고자 하는 열성도 보였다.
공식석상에서 다양한 코디로 매스컴의 조명을 받곤 했던 박 대통령은 최근 들어 특정 색상에 마음이 ‘꽂힌’ 듯 붉은 옷만 고집했다. 언론의 주목이 최고조에 달하는 투표 현장에서도 박 대통령의 선택은 다르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벌어졌다. 성난 민심은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으로부터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텃밭인 영남 투표율이 바닥을 친 것과 그간 국정 파트너로 취급도 하지 않던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1당의 자리를 내준 것도 성난 민심의 표현이다.
하지만 선거 전 그렇게 분주하던 박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지 이틀째가 되도록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참패였음에도 선거 결과에 대한 수용이나 반성의 표시를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가 내놓은 짧고 원론적인 코멘트 한 줄이 전부다.
일각에서 국면전환용 개각설이 돌고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언이다. 단적으로 말해 100% 물갈이에 가까운 대 변혁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약점 중 하나가 인사 문제라는 점을 상기하면 왜 내각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지가 자명해진다.
더구나 새로이 구성될 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수장을 친박계 핵심인 원유철 원내대표가 맡게 됐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번 선거 참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친박 주류다. 민심의 반응이 자못 궁금하다.
참담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2년도 남지 않은 잔여 임기 동안 국정을 무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메시지와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성난 민심이 현 여권의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대처가 늦어지고 확실하지 못할수록 차기 대선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의 여왕’도 ‘박근혜 시대’도 종말을 고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만신창이가 된 여당은 제 한 몸 수습하기에 정신이 없다. 원망 섞인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박근혜 정권은 이제 완연한 레임덕의 터널로 진입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allnewon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