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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6-04-14 13:26

수정 :
2016-04-14 14:31

‘反재벌 국회’ 탄생..곤혹스러운 재계

대기업 비판 정서 뚜렷한 더민주 제1당 등극
야권 재벌 규제 정책 협력 시 경영에 치명타
무조건적 규제보다 합리적 공생 대안 찾아야

이번 선거로 대기업 중심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야권이 의회 권력을 잡으면서 대기업의 경영에 철퇴가 가해질 수 있는 각종 규제성 법률의 입법 활동 등이 19대 국회와 달리 물리적으로 더 용이해졌다. 재계는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권의 승리로 끝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이른바 ‘반(反)재벌 국회’가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지난 13일 실시된 제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제1당이 됐고 과반 다수당이던 새누리당은 122석 획득에 그쳐 참패했다.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어 원내 세 번째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고 정의당이 6석을 얻었다. 또 11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오는 5월 말 개원할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정반대로 여소야대 국면을 맞게 됐다. 무소속 신분으로 당선된 여당 탈당파 7명(유승민·주호영·안상수·윤상현·장제원·강길부·이철규)이 전원 복당해도 새누리당 의석수는 과반(150석)에 한참 모자라는 129석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로 대기업 중심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야권이 의회 권력을 잡으면서 대기업의 경영에 철퇴가 가해질 수 있는 각종 규제성 법률의 입법 활동 등이 19대 국회와 달리 물리적으로 더 용이해졌다. 재계는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개별 기업들은 물론 경제단체들도 이번 총선에 대해서는 자세한 평을 꺼리고 있다. 이들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20대 국회에 대한 희망적 바람을 전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 경쟁력 증대를 위한 정책적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견실한 입법 활동으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달라”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일하는 국회가 돼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총선 당선인들의 면면을 보면 재계가 ‘반재벌 국회’의 탄생이라고 우려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내 제1당이 된 더민주의 경우 이른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재벌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이 4선에 성공했고 민홍철, 박범계, 변재일, 오제세, 원혜영, 이언주, 이학영, 정성호 의원 등 특위 소속 의원 다수가 당선됐다. 더민주에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유성엽 의원도 당선됐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의원도 3선에 성공했고 을지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찬대 후보도 인천 연수구 갑 지역에서 당선됐다.

여기에 더민주를 제1당으로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재벌 저격수’로 불릴 만한 인물이다. 김 대표는 선거 이전부터 “대기업 중심 경제 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재벌의 외연 확대를 경계해 온 인물 중 하나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비교할 때 재벌 정책에 대한 성향이 덜 급진적이다. 그러나 국민의당도 경제 정책의 핵심 기조에는 ‘공정성장’이라는 키워드가 깔려 있는 만큼 더민주와 함께 재벌을 대상으로 한 비판적 정책 입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재계가 20대 국회 개원 이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기업 경영에 대한 각종 규제의 강화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확대나 대기업 산하 공익재단을 통한 지분 상속의 규제, 집단소송제나 법인세 인상 등이 20대 국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 재벌 규제 법률이다. 이들 정책은 야권이 19대 국회 때도 수없이 도입을 언급했던 것들이다.

당장 올 가을에 열릴 첫 번째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야권이 어떤 모습으로 재계를 상대하느냐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현재로서는 야권이 경제민주화와 공정성장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재계를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개혁 관련 법안이나 서비스산업 관련 법안 등 경제 관련 쟁점법안의 원만한 처리도 야권의 의회 권력 쟁취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안이 계류 중인 만큼 새누리당이 다수당 역할을 하고 있는 19대 국회 잔여 임기 중 쟁점 법안이 통과될 수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적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무조건 규제로 옭아매고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비판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나 공정성장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합리적 정책 입안이 20대 국회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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