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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정책만 남발

[무너진 ‘수출한국’]주먹구구식 정책만 남발

등록 2016.04.05 07:39

현상철

  기자

수출대책 잇따라 발표···한 발 늦은 뒷북정부, 악화된 대외여건에 선제대응 늦어헛발질 대책에 줄줄이 무너진 주력수출품

우리나라 수출 성적표가 절망적이다. 3월 수출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은 15개월 연속 사상 최장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정부는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지난해 초부터 잇따라 수출대책을 꺼내들었지만, 사상 최악의 마이너스 수출행진을 막는데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3번의 수출대책을 내놨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 발효돼야 한다며 몇 개월 간 대대적인 압박과 홍보를 펼쳐 연내발효도 성공시켰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새로운 수출 품목을 육성해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러나 이 모든 처방전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 원인을 대외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다. 세계 경제도 힘들고, 중국도 성장이 둔화됐고, 유가도 낮아서 아무리 애를 써도 수출부진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수출 성적은 저조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선방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백약이 무효···기존 대책의 반복

주먹구구식 정책만 남발 기사의 사진


수출부진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 정부도 나름대로의 대책을 제시해 수출부진을 타개하려 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정부의 수출대책은 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기존 대책을 이름만 바꾸거나 비슷한 내용을 두세 개로 나눠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한 것처럼 꾸몄기 때문이다. 재탕 대책에 올해 3월에도 수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해 점차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단기수출대책을 내놨다. 마케팅 활동과 무역보험 지원이 골자다. ▲중국시장 공략 ▲수출유망 지역 마케팅 집중 ▲수출기업 무역보험 지원 확대가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수출시장에서 수출상담회, 판촉전, 한류활용지도 등 마케팅을 지원하고, 중소·중견기업에 총 43조5000억원 규모의 무역보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6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자 정부는 7월 수출종합대책을 또 발표했지만 사실상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4월에 내놓은 단기수출대책을 포함해 FTA 활용 제고, 유망소비재 발굴·지원 확대 등 제조업 혁신을 통한 주력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11월 세 번째로 발표된 정부의 수출대책은 수출유망품목 발굴·육성, 부처별 수출지원 대책의 적극 추진을 당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참혹한 수출지표를 두고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유망품목을 발굴하겠다는 것과 마케팅을 지원하겠다는 데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수출부진은 대외요인 탓?

주먹구구식 정책만 남발 기사의 사진


정부는 일단 수출부진이 대외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둔화됐고, 중국의 경제가 예전만큼 고도성장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 유가는 2014년 7월과 비교해 70% 이상 떨어졌다.

수출을 둘러싼 대외적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상당히 안일하고 근시안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사실상 중국과 주력품목으로 요약된다.

중국은 우리나라 총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 중후반 중국은 고도성장기에 있었다. 이 때 우리기업들은 앞다퉈 중국진출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중국이 고도성장을 지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로 하자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고도성장기에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우리나라도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출강국의 면모를 향유했다. 하지만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시장을 찾는 적극적인 움직임은 뜸했다.

13개 주력수출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달한다. 거의 대부분 중국과 유가와 관련된 수출품목이다. 수출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기 이전까지 새로운 대체 주력수출품을 육성하는 데 정책적 뒷받침은 미미했다.

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다가 수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급하게 정책을 꺼내든 것이다. 수출을 살리겠다며 각 부처들이 일제히 쏟아낸 대책들은 상당히 단기적인 부양책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 헛발질 속에서 줄줄이 무너지는 주력품목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들은 줄줄이 무너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3개 주력 수출품목 중 10개 품목이 전세계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8.3%에서 2014년 45.6%로 2.7%포인트 낮아졌다.

수출부진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주력수출품목이 흔들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중국의 10대 수출품목은 같은 기간 39.6%에서 40.5%로 상승했다.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중수출과 주력수출품목 의존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가 15개월 연속 사상 최장기 수출부진이라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주요 수출품목의 변동 우리경제 전체의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새로운 수출품목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했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기존 주력상품과 시장에 너무 안주했던 게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지역 다변화와 새로운 주력 상품군을 발굴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술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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