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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삼성의 외침 “관행을 깨자”

[재계의 선택]3세대 삼성의 외침 “관행을 깨자”

등록 2016.03.29 10:07

수정 2016.03.29 10:15

정백현

  기자

보수적 직급체계 고치고 직급명 과감히 바꿔‘스타트업 벤치마킹’ 수직적 조직 문화 혁파오랜 관행도 시대와 안 맞으면 과감히 없애

최근 삼성 안팎에서 일어나는 변화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조직 구조와 문화의 변화다. 외부의 틀을 고친 만큼 내부의 인력 콘텐츠를 대거 바꿔보겠다는 취지의 혁신이다. 사진은 24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에서 삼성전자 각 사업부장들이 컬처 혁신에 대한 다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최근 삼성 안팎에서 일어나는 변화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조직 구조와 문화의 변화다. 외부의 틀을 고친 만큼 내부의 인력 콘텐츠를 대거 바꿔보겠다는 취지의 혁신이다. 사진은 24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에서 삼성전자 각 사업부장들이 컬처 혁신에 대한 다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 최대의 대기업 삼성그룹이 바뀌고 있다. 이른바 ‘삼성 3.0 시대’의 키워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한 조직의 슬림화와 수평화, 실용화에 있다. 과거 체제와는 다른 새로운 문화에서 또 다른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변화하고 있는 삼성의 모습이다.

지난 70여년간 이어져 온 삼성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고 호암 이병철 창업주가 1938년 삼성상회를 세운 이후 50년의 역사가 ‘1.0 시대’였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일군 1980년대 후반부터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삼성 2.0 시대’로 볼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삼성의 변화는 ‘삼성 3.0 시대’의 본격화로 해석할 수 있다.

1세대의 삼성이 기반을 마련하고 2세대의 삼성이 1세대가 일군 기반 위에서 ‘신경영 선언’을 통해 혁신을 처음으로 언급했다면 3세대의 삼성은 그동안의 성장을 발판삼아 글로벌 기업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하고자 또 다른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3세대 삼성이 시작한 첫 번째 혁신은 비대했던 계열사의 구조를 슬림하게 바꾸는 것이었다. 삼성은 지난 2014년 말부터 비주력 계열사의 경영에서 과감히 손을 떼고 잘 되는 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거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화학과 방위산업 관련 계열사들이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으로 넘어갔고 기능이 중첩되던 일부 계열사는 하나로 합쳐졌다. 그 결과 사업의 효율성도 높이고 지배구조 또한 개편하는 일거다득(一擧多得)의 효과를 창출하게 됐다.

계열사의 재편 활동이 뜸해진 반면 최근 삼성 안팎에서 일어나는 변화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조직 구조와 문화의 변화다. 지난 2년 가까이 외부의 틀을 고친 만큼 이제는 내부의 인력 콘텐츠도 바꿔보겠다는 취지의 혁신이다.

삼성은 창업 이후 오랫동안 연구·개발(R&D)이나 광고 기획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통적인 조직 구조 형태를 띄어왔다.

보수적 문화를 견지해 온 다른 기업에 비해서는 조직의 분위기나 문화가 조금 유연했지만 조직의 형태만큼은 다른 기업의 보수적 구조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올해부터 조직의 형태도 새롭게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원부터 부장까지 이르는 ‘5단계 직급체계’의 변화다. 삼성은 기존의 5단계 직급체계가 수직적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등 비효율적 요소가 많다고 판단해 ‘사원-선임-책임-수석’의 4단계 체계로 직급이 간소화됐다.

이와 같은 조직 구조는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벤처기업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형태다. 스타트업 벤처기업이 유연한 조직 구조와 문화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혁혁한 공을 쌓은 점을 감안해 삼성도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셈이다.

이 변화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를 필두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계열사를 거쳐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도 퍼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직급을 어떻게 간소화하고 어떤 명칭으로 부를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뒤 6월 중으로 시행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직급의 명칭에서 ‘장(長)’이라는 단어를 아예 빼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는 삼성이 그동안 수직적으로 유지됐던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새 직급체계 도입 과정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기존 조직 문화를 건드릴 경우 내부 기강의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찮았다. 그러나 혁신 체계를 도입한 계열사들의 반응은 괜찮다. 업무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지고 생산적 토의가 자유로워졌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연공서열 중심의 과거형 구조를 과감히 혁파하고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환경을 바꿔 스마트한 업무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차가 짧더라도 성과를 냈다면 과감히 승진시키고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내는 문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진행된 관행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과 비교할 때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없애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87년 이후 30년 가까이 그룹 차원에서 진행돼 왔던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 개최 권한의 계열사 이관이다.

서울에만 본부가 있어야 한다는 오랜 관행도 깨졌다. 서울 서초동 사옥에 있던 삼성전자의 인력들은 3월 셋째 주말을 이용해 핵심 사업 현장인 수원 디지털시티로 이전했다. 회사의 핵심 인력은 이제 모두 수원에서 근무하게 돼 명실상부 ‘진짜 수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의 본부도 강남이나 서울 도심에 모여 있었지만 각자 다른 지역으로 떠나서 터를 잡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서울 서초동에서 성남 판교로 이사했고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용인 에버랜드 인근에 새 살림을 차렸다.

삼성 계열사의 잇단 사옥 재배치는 컨트롤타워와 현장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일치시켜 빠른 의사 결정으로 경영을 한층 더 스마트하게 하겠다는 그룹 고위층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며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관행은 과감히 탈피해 새로운 삼성, 더 성장하는 삼성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혁신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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