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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흥행 기적이 던지는 물음

[포커스]‘귀향’ 흥행 기적이 던지는 물음

등록 2016.03.05 08:00

이이슬

  기자

'귀향'포스터 / 사진=와우픽쳐스'귀향'포스터 / 사진=와우픽쳐스


“국민 모두가 과거를 잊은 채 일본에 매달리는 것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내가 눈을 감기 전에 이 가슴속에 한(恨)을 풀어주세요··”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에서 김학순 할머니는 우리에게 이같이 말했다.

김 할머니가 위안부 당시를 돌이키는 증언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위안부를 소재로 다룬 영화나 미디어는 꽤 있었지만, 수박 겉 핥기 식에 그쳐왔던 것이 사실이다.

경종이 아닌 변죽만 울리다 어느새 우리의 머릿속에서 사라져갔다. 지난 2월24일 개봉한 '귀향'은 다르다.

'귀향'은 1943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열네 살 정민(강하나 분)과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배경으로 써 내려 간 이야기를 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10대 소녀들에게 자행한 일본군의 인간 이하의 악행을 고발한다. 그들이 저지른 성폭행, 총살 등 상식 밖의 행동들. 이를 영화라는 울타리로, 큰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일은 또 하나의 고문이다.

소녀들의 비명과 눈물을 통해 영화는 말한다. 과거는 지울 수 없다고, 또 과거는 영원히 기억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영화의 제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귀향, 鬼鄕. 귀신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닌 제목은 영화를 오롯이 담고 있다.

20만명의 소녀가 끌려갔고 그 중에서 단 238명이 돌아왔다. 영화를 통해 돌아오지 못한 분들의 혼을 고향으로 모시고 싶었다는 조정래 감독이 마음 속에 메아리 친다.

‘귀향’ 흥행 기적이 던지는 물음 기사의 사진


2015년 7월 '귀향'은 배급사를 찾지 못했다. 영화 제작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해 촬영을 이어갈 수 없었다. 7만 5천여명이 시민 후원자들로 나섰고 국민 모금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이를 알게 된 배우 손숙이 팔을 걷어붙였다. 재능기부를 통해 참여를 결정한 것.

이후 봉착한 문제는 배급사. 영화를 배급해 줄 배급사가 나서지 않았던 것. 국민 펀딩을 통해 제작을 완성한 '귀향'은 배급사를 정하게 되었다.

조정래 감독은 2002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통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이 시간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귀향’ 흥행 기적이 던지는 물음 기사의 사진


영화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흥행 기적을 일구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귀향'은 3일 8만3505명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관객수는 192만9974명이다.

작은 영화인 '귀향'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스크린이 확대되는 등 조용한 돌풍을 몰고 왔다. 4일 기준으로 2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조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증언한 내용의 10분의 1도 영화에 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영화를 보면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또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귀향'의 기적의 흥행이 말한는 것은 무엇일까. 기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다. 하지만 그보다 물음을 던지고 싶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냐고. [사진=와우픽쳐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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