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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주 부재’ 동국제강, 인위적 흑자 만들기 왜?

‘장세주 부재’ 동국제강, 인위적 흑자 만들기 왜?

등록 2015.12.30 15:34

차재서

  기자

회사 주도로 법인카드 반납 등 비용 감축 실시매출 부진과 프로젝트 지연 손실 만회하려는 듯회장 지키기 움직임도 거의 없어···他기업과 달라‘장세욱 체제’ 굳히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왼쪽부터)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왼쪽부터)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올 한해 동국제강의 입장에서는 지우고 싶은 시간이다. 회삿돈 횡령과 상습도박 혐의로 장세주 회장은 징역 3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검찰 측은 재판 과정에서 "장세주 회장의 사건은 기업비리가 아닌 개인비리로 횡령 액수가 거액일 뿐만 아니라 기업사건과 질을 달리하기 때문에 회사 이익을 위해 한 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혀 2심에서도 힘든 상황이라는 분위기다.

선장 장세주 회장의 부재에 장세욱 부회장이 임시로 조타수 역활을 하고 있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국제강 내부는 대외적인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분주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올해 흑자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 주도의 비용 감축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직원들은 법인카드를 반납했으며 각종 경비 지출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장세욱 부회장의 경영방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올 6월부터 형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장 부회장 입장에서는 흑자 달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 5월 장세주 회장이 회삿돈 횡령과 배임,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후 반년 가까이 재판을 받으며 회사 안팎에서 경영에 대한 불신이 쌓인 만큼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동국제강의 실적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와 흑자를 반복해왔고 연결기준 매출액도 지난 2011년의 8조8419억원 이래 2012년 7조6791억원, 2013년 6조6745억원, 2014년 6조685억원으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내년 사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 부회장은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후 줄곧 흑자 달성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쳐왔지만 산업 전반에 번진 불황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회사는 2분기 흑자전환에 이어 3분기 7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자산 매각과 사업재편에 따른 성과여서 상승세를 이어가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 4월 본사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내놓고 포스코와 포스코강판 주식 매각으로 얻은 600억원을 더해 유동성 위기 해소에 나섰다. 올 8월에는 포항 제2후판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반면 올해 건설경기 호조세로 동국제강의 철근 판매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저가의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서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동국제강의 경영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봉형강 판매량은 올 1~3분기 총 273만1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5만5000톤보다 늘었지만 매출은 1조5792억원으로 지난해의 1조7489억원에서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후판의 경우 올 1~3분기 누적 판매량이 110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의 130만5000톤보다 줄었고 매출도 9511억원에서 6603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장세주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브라질 제철소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환율 등 영향으로 약 2293억원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해 3분기에는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동국제강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장 부회장의 무리한 실적 욕심이 회사에 대한 지배체제를 공고히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간 재계에서는 동국제강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 관심을 보여왔다. 장 부회장이 유니온스틸을 앞세워 독립하거나 형제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방안이 점쳐졌다.

그러나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고 장 부회장이 단독 대표를 맡으면서 계열분리보다는 형제간 경영권 승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게다가 장 부회장이 지난 6월 단독 대표에 오른 이후 3인 공동대표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한 남윤영 전 동국제강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났고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등 장 부회장 주도의 사업재편이 이뤄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장 부회장이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회사를 빠르게 장악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세주 회장이 현재 3년6월의 실형을 받은데다 2심에서 감형된다고 해도 경영에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동국제강 내부에서도 장세주 회장의 재판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통상 그룹 오너가 재판을 받는 경우 해당 기업에서는 해명자료를 내놓거나 구명활동을 펼치는 등 여론 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동국제강 측은 장세주 회장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회사 내부 직원들 역시 장세욱 부회장 체제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오너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장세욱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강화되는 모습”이라며 “장 부회장으로서는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실적 개선에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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