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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몰아치는 ‘성과급 실종 한파’

재계에 몰아치는 ‘성과급 실종 한파’

등록 2015.12.08 08:33

정백현

  기자

다수 기업 실적 부진에 사실상 성과급 포기삼성, ‘반도체맨’ 외엔 모두가 우울한 연말‘반짝 흑자’ 항공·유화업계, 성과급 기대 걸어

사진=이수길 기자사진=이수길 기자

새해의 희망에 들떠야 할 재계가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연말 보너스’로 불리는 성과급 잔치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각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직원들에게 베푸는 배포도 팍팍해졌다.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올 연말과 내년 초에 지급될 성과급 수준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적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반도체업계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다.

한때 ‘성과급의 천국’으로 불렸던 삼성그룹의 임직원들은 곳곳에서 한숨을 쉬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반도체사업부 직원이 아닌 이상 A등급의 성과급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고 성과급은 꿈도 못 꾸는 계열사 직원들도 상당수 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오는 12월 말 각 계열사와 사업부별로 생산성 목표 인센티브(TAI)를 지급하고 내년 1월 말에는 성과 인센티브(OPI)를 지급한다. 쉽게 말해 TAI가 반기 결산 보너스라면 OPI는 연말 결산 보너스라고 볼 수 있다.

TAI는 실적 목표 달성 수준에 따라 1년에 두 차례(7월·12월) 지급되는 돈이다. 각 계열사가 연초에 세운 반기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TAI가 지급된다. TAI는 계열사 평가와 사업부 평가를 합쳐서 책정된다.

반기별로 각 계열사별 실적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A에서 D까지의 성적을 매기고 여기에 소속 사업부의 평가를 합쳐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A등급의 경우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받으며 B등급으로 내려가면 성과급 금액이 기본급의 50%로 줄어든다. 최하 등급인 D등급은 0%다. 성과급이 없다는 얘기다.

OPI는 계열사와 사업부별로 연초 수립한 이익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이익 초과분의 20%를 분배해서 지급하는 성과급다. OPI 역시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 월 기본급 기준 최대 50%의 금액을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 내에서 A등급의 TAI와 OPI를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사업부가 사실상 유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매번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받아왔던 모바일(IM) 부문의 성과급 잔치는 이미 옛말이 됐고 다른 사업부 역시 B~D등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적자를 내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나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은 아예 성과급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황이다.

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그룹에서 나서서 임원들을 대거 줄이는 상황에서 성과급 지급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라며 “그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며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성과급 실종 현상은 비단 삼성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국내 10대 기업 중에서 눈에 띄는 흑자를 낸 계열사 직원이 아닌 이상 만족스러울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계는 물론 금융계 등도 ‘성과급 실종 공포’에 떨고 있다. 설령 성과급을 받는다 하더라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액수가 적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우려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와 비교할 때 좋아진 곳보다 나빠진 곳이 더 많다는 증거를 쉽게 볼 수 있다”며 “전반적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액의 성과급을 지출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모두가 낮은 성과급 우려 탓에 울상을 짓는 것만은 아니다. 회사 바깥의 요인으로 반짝 실적 개선 효과를 거둔 곳은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저유가 효과 덕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항공업계와 적자 악몽에서 벗어난 정유·화학업계가 주인공이다.

항공업계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낮아진 국제 유가의 영향으로 큰 혜택을 본 대표적인 업종 중의 하나다. 올 여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동으로 한때 실적 악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저유가 기조 덕분에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을 기반으로 매년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우 대부분 적지 않은 성과급을 챙기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화학업계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던 지난해보다 많이 개선된 실적을 기록한 덕분에 올 연말 일정 부분의 보상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의 경우 2011년 이후 4년 만에 실적이 가장 좋은 상황이라는 점이 호재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업계의 이번 성과급 지급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의 실적이 좋아 보이는 것은 지난해 워낙 실적이 나빴고 조만간 지급될 성과급은 이에 대한 기저효과의 증거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록적 경기 반등이 있지 않는 이상 재계 안팎에서 ‘성과급 잔치’라는 말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거액의 성과급을 챙겨 온 임원들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많은 만큼 다수 직원들의 공리(公利) 추구를 위한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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