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분 잇달아 매입하면 8000억원가량 현금 사용해보유현금 1조원 대부분 사용···계열사 보유주식 활용 전망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 주식을 잇달아 매입하면서 보유현금 대부분을 소진함에 따라 다음 승계작업 방법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1조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현대차 주식을 매입하는데 약 8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현대차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나 증여 등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정 부회장은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 활용법을 찾아 나설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전날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주식 184만여주를 매입했다.
거래 가격은 이날 종가인 주당 16만2500원으로 정 부회장은 총 2999억9937만원을 사용했다.
이에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316만4550주를 매입한 바 있다.
당시 거래 역시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주당 가격은 15만8000원으로 매매대금은 총 4999억9890만원이었다.
이로써 기존에 현대차 주식 6445주(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던 정 부회장의 주식 수는 단숨에 501만7145주로 늘었고 지분율은 2.28%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현금 1조원가량 가운데 8000억원을 사용하면서 보유현금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보유하고 있던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1조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 부회장의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가운데 한 회사의 지분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이들 세 회사 가운데 기아차 지분 1.74% 외에는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하지 못했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대차가 중심에 서게 됐다.
정 부회장이 최근 현대차 지분을 연이어 매입하면서 세 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지분율을 확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유현금 대부분을 사용한 정 부회장의 다음 경영권 승계 작업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 이노션(10%), 현대오토에버(9.47%) 등의 계열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의 가치는 3조원가량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현대모비스, 현대건설과 합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따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게 되면 현대차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배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정몽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지분 5.17%를 증여받을 경우 정 부회장이 사실상 현대차의 지배주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합병하면 지분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정 부회장은 지분 매각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고 이 자금은 증여세를 납부하거나 추가적인 지분 매입에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정 부회장의 현대차 주식 매입도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 일부를 처분해 확보해 둔 자금을 활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현대차 측은 정 부회장의 이번 주식 매입은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아닌 순수하게 안정적 경영과 주주 가치 훼손 방지를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주식 처분에 나선 가운데 이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자칫 안정적인 경영을 위협받을 수 있어 정 부회장이 매입했다는 것이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