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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비즈의 주역···‘3050 Y-리더’를 주목하라

K-비즈의 주역···‘3050 Y-리더’를 주목하라

등록 2015.11.03 08:18

수정 2015.11.03 08:20

정백현

  기자

신격호·이건희 등 창업 1~2세대 지고합리적 사고로 무장한 젊은 리더 전면에의전·형식·통념 깬 행보로 기업에 生氣

K-비즈의 주역···‘3050 Y-리더’를 주목하라 기사의 사진

재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흰머리가 성성한 고령의 리더들이 서서히 뒤안길로 사라지고 활력과 패기로 무장한 젊은 리더들이 재계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이른바 ‘3050 Y-리더’ 시대가 온 셈이다.

재계에서 3050 Y-리더 세대에 속하는 이들은 무수히 많다. 대기업 오너의 자녀 출신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한 이들부터 ‘자수성가’의 과정을 통해 현재의 리더 자리에 오른 이들도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1980년대에 대학을 입학해 1990년대 후반부터 경영 수업을 받은 이들이 많다. 대부분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견문을 넓혔고 일부는 유학을 마친 뒤 각 회사에서 하위 직급부터 시작해 중책을 맡아왔다.

Y-리더 세대의 대표적 인물로는 ‘대를 이은 재계 빅2’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Y-리더의 선두 격으로 꼽힌다. 재계 상위 10대 그룹에서는 이들 외에도 조원태 한진칼 대표 겸 부사장 등도 Y-리더의 명단에 오르내릴 만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나이로는 Y-리더 명단에 오르기에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미래 재계를 이끌 Y-리더의 일원으로 꼽히고 있다. 더불어 신 회장과 유통업계 맞수 관계에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업계 내 Y-리더로 분류된다.

이들의 최근 몇 년간 행보를 보면 비슷하고도 다른 점이 상당히 많다. 공통된 점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1·2세대 경영자들과는 전혀 색다른 방향으로 경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Y-리더는 어떤 이들인가 = Y-리더 명단의 선두권에는 대부분 재벌 오너 3세들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각각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고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손자다. 조원태 한진칼 대표도 고 정석 조중훈 한진 창업주의 손자다.

정용진 부회장도 호암의 외손자로 태어났고 정지선 회장 역시 아산의 조카손자다. Y-리더로 꼽히는 이들 중에서 ‘자수성가’로 성공을 이룬 이들은 IT·게임업계가 아닌 이상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재벌 3세 출신 Y-리더들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회사 생활은 모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 하급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보고 배워야 미래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선대 경영진들의 의중이 반영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과장으로 입사했고 조원태 부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해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아예 사원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의 첫 둥지는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이었다.

사회 초년병 시절의 Y-리더들은 막내였지만 회사 내 실질적 위치는 일반 직원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었다. 그러나 스스럼없이 직원들과 지내온 일화도 종종 전해진다. 이같은 일화는 유연한 의식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대표되는 최근 Y-리더들의 행보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의전의 시대’를 끝내다 = Y-리더들의 공통점은 거추장스러운 허례허식을 없애고 실용적 부분만 업무 안팎에서 강조한다는 것에 있다. 과거의 경영진이 지나친 의전을 중시해 종종 논란을 낳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 행보’다. 이 부회장은 최근 해외 출장을 갈 때 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용기를 타지 않고 있다. 과거 이건희 회장은 김포공항에 주기(駐機)하는 비즈니스 전용기를 이용했지만 이 부회장은 인천공항에서 민항기를 타고 간다.

별도의 수행원 없이 여행 가방도 직접 들고 다니며 공항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모든 의전 과정이 삭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파격적인 의전의 철폐는 바깥에 보이는 ‘폼’보다 업무의 내실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 있다. 이같은 트렌드는 이 부회장 말고도 비슷한 나이대의 경영자들이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리를 숙이는 경영자 = 정의선 부회장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경영자’라는 이미지에 있다. 정 부회장은 선대로부터 전달받은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야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정 부회장은 과거의 고압적 기업문화를 일신하고 소통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직접 허리를 숙였다. 비판적 의견을 쏟아내는 ‘안티 고객’에게 먼저 사과하고 그들의 말을 청취한 뒤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다른 Y-리더들도 위기 상황이 되면 실무진에게 일을 일임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허리를 숙이는 겸손함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너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인 셈이다.

◇영원한 숙제 ‘선대 후광 지우기’ = 미래가 창창한 Y-리더들이지만 이들에게도 숙제는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뤄놓은 공간에서 새로운 것을 어떻게 창조하느냐다. 쉽게 말해 선대의 후광 덕분에 호의호식한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이 Y-리더들의 최대 과제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Y-리더들은 틈만 나면 신 성장 동력 발굴에 모든 내공을 쏟고 있다. 이들은 해외 사업장에 자주 나가서 경영의 해답을 찾는가 하면 업계 내 저명한 이들과 자주 만나면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펼치고 있다. 경쟁사의 제품도 직접 써가면서 회사가 벤치마킹할 것은 없는지 세세히 따져보는 파격도 서슴지 않는다.

선대 경영진들이 강조했던 ‘기업가 정신’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느냐도 앞으로의 과제다. 재계 다수의 관계자들은 “Y-리더들이 자신과 회사의 영달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를 생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완수한다는 마음으로 사업에 임해야 존경의 대상이 됐던 선대 경영자의 길을 따라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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