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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눈치게임’ 나선 재계의 불편한 속마음

‘기부 눈치게임’ 나선 재계의 불편한 속마음

등록 2015.10.25 11:56

수정 2015.10.28 16:01

정백현

  기자

이건희·정몽구 연이은 기부 행렬에 타 기업 부담감 증폭일부 ‘문제 기업’ 기부 금액·기부 방법 두고 長考 들어가재계 “기부 취지 살리려면 자율적 기부 환경 마련해야”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펀드’에 각계각층의 자발적 기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도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기부 릴레이를 오롯이 ‘자발적 기부’라고 단정 짓기에는 힘든 양상이 되고 있다. 쉽게 말해 ‘눈치게임’의 형국이다.

재계의 기부 릴레이는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개인의 명의로 200억원을 기부했고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들의 명의로 50억원을 마련했다. 삼성이 기부한 청년희망펀드 기부총액은 250억원이다.

이어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끄는 정몽구 회장이 25일 150억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 현대차그룹 측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정 회장의 철학에 따라 기부를 결정했다”며 “그룹 임원진 명의의 50억원을 더해 2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청년희망펀드를 관장하고 있는 정부는 “기업의 명의가 아닌 기업인들의 자발적 취지에 따라서 기부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지난 9월 출시 이후 25일 현재까지 약정된 기부금액이 514억원 안팎 정도 된다. 이 중 약 450억원은 재계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이번 기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과 현대차가 기부에 나섰으니 그 다음 순번 기업으로 바통이 넘어갈 것”이라는 추측이 퍼지면서 해당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청년희망펀드 기부에 대한 방식이나 금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셈이 됐지만 세부적인 금액과 기부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담거리라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적잖은 물의를 빚었던 일부 기업이나 기업인은 얼마 정도의 금액을 어느 시점에 기부해야 하느냐를 두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부금액을 책정하는 기업의 재무부서나 대관(對官)부서의 부담이 상당한 것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회사 안팎의 경영 환경 변수로 인해 거액의 기부가 선뜻 어려운 중견 대기업의 경우 회사의 이익만을 생각했다가는 의외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상당한 부담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구직난의 어려움에 빠진 청년들을 위해 어른들이 기부를 행한다는 취지는 적극 동감하지만 떠밀기 식 기부가 이뤄진다면 선의 목적의 당초 취지마저도 퇴색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이미 고용과 투자 확대를 통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기부가 강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순수한 취지의 기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부 활동 전반을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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