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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바늘구멍···취업 전쟁 개막

넓어진 바늘구멍···취업 전쟁 개막

등록 2015.09.08 09:11

수정 2015.09.08 09:43

정백현

  기자

대기업 채용 규모 지난해보다 7.4% 증가채용 규모 역대 최대 넓어진 문호‘스펙’보다 ‘전공 능력 우수자’선호새 채용 제도 도입···꼼꼼히 살펴야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공채) 시즌이 시작됐다. 각 기업은 지난 8월 말부터 올해 하반기 대졸 공채 모집 요강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공채 시즌의 개막을 알렸다.

올해 대기업들의 채용 문호는 예년에 비해 조금 넓어졌다. 청년들의 ‘고용 절벽’ 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기업들이 투자 활성화와 고용 증대에 발벗고 나선 덕분이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채용 계획을 확정한 기업 187개 중 올해 하반기 대졸 공채 규모는 2만84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채용 규모(1만9402명)보다 7.4%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재계 빅5(삼성·현대차·LG·SK·롯데)의 채용 규모는 신입사원과 인턴사원을 포함해 모두 1만2800명에 이른다.

◇달라진 트렌드, ‘스펙’ 대신 ‘직무 연계성’=각 그룹은 특성 있는 젊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이번 하반기 채용에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채용 규정과 형식이 사실상 매년 달라지다 보니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이들은 달라진 채용 과정의 특징을 파악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올해 대기업 채용에서 공통된 트렌드 중의 하나는 학점 제한 등 각종 ‘스펙’ 반영을 단호하게 폐지한 점에 있다. 스펙만 높은 ‘껍데기 인재’를 뽑기보다 해당 직무에 대한 열의와 재능을 갖춘 ‘알맹이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트렌드가 확산된 셈이다.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대학교 4년 평균 학점이 3.0을 넘는 사람만 응시할 수 있도록 했던 학점 제한 제도를 과감히 폐지해 ‘열린 채용’ 기조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폈다. 2013년 공채부터 입사지원서에 스펙 기입란을 없앤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스펙을 일절 묻지 않는다.

LG그룹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서에 직무와 관련 없는 공인어학성적과 자격증,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관련 입력란은 물론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현재 거주지 주소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 입력란을 없앴다.

롯데그룹 역시 입사지원서에서 사진이나 수상경력, 동아리 활동, 어학연수 경력 등 직무 능력과 무관한 항목을 삭제했다. 게다가 직무 특성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학 점수와 자격증 제출도 요구하지 않는다.

스펙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제도가 자리했다. 기존의 보수적 관념에서 탈피한 과정들이 눈길을 끈다.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직무적합성평가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쉽게 말해 지원자들의 희망 직무와 지원자들이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이 잘 연계가 되는가를 평가는 과정이다.

직무적합성평가 제도 신설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장 투입 이후 빠른 시간 내에 높은 성과를 거두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고시’로 불리며 수십만명의 응시자가 몰렸던 삼성직무적성검사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삼성은 기존 임직원 중 성과 우수자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대학교 전공과 해당 직무의 연계성이 큰 사례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최초 채용 과정에서부터 직무-전공 연계성이 강한 인재를 뽑고자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이들은 지난해까지 SSAT로 불렸던 직무적성검사를 응시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시험에 응시한 이들은 20만명이 넘었지만 올해부터는 일차적으로 다수의 응시자들을 직무적합성평가를 통해 걸러내기 때문에 응시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 기업 문화로 잘 알려진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공채 과정 중 면접에 응시하는 지원자들에게 자유로운 복장을 착용하도록 했다. 10대 그룹 중에서 복장 규정이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현대차그룹인 만큼 이번 결정은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펙 경쟁’ 사라져도 언어능력은 필수=이른바 ‘스펙’에 대한 경쟁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스펙은 있다. 바로 언어 능력이다. 일부 기업은 지원자들의 지원 조건이나 당락을 결정하는 최소한의 스펙으로 영어나 한자 등 언어 구사 능력을 내걸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채 과정에서 학점을 보지 않지만 영어회화 실력을 검증한다. 애초에 채용 조건에서부터 ‘직군별로 설정된 영어회화 수준을 충족하는 사람’으로 지원 자격을 명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해야 하는 인재들을 선발하는 만큼 기본 수준 이상의 영어회화에 능통한 이들을 뽑겠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도 면접 과정에서 영어토론과 1대1 영어 인터뷰 코너를 마련했다. 국제적 감각과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한 과정이다. 제아무리 역사적 지식이나 직무 관련 재능이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영어 면접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입사의 기회가 사라진다.

LG그룹은 오는 10월 10일에 열릴 인적성검사에서 한국사 시험과 함께 한자 시험을 진행한다. 기본적인 한자 어휘력을 갖췄는가를 검증하는 시험으로 지원자의 인문학적 소양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따라 표면적 스펙보다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뽑는 형태로 대기업 공채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며 “지원자들은 입사 희망 기업의 채용 특징을 면밀히 파악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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