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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폭탄 떨어진 기업 대관팀 “바쁘다 바빠”

발등에 폭탄 떨어진 기업 대관팀 “바쁘다 바빠”

등록 2015.09.02 17:43

정백현

  기자

각 당 의원들, 국감서 ‘현역 프리미엄’ 높이려 기업 때리기 준비대관업무 담당자, 국감 앞두고 국회行 러시···모종의 거래도 빈번극도의 피로감 호소 “국회의 기업 공격, 정치·경제 모두 병든다”

각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총수들과 전문 경영인들이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막후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국회 회의 현장. 사진=뉴스웨이DB각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총수들과 전문 경영인들이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막후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국회 회의 현장. 사진=뉴스웨이DB

국내 기업의 여러 조직 중에서 매년 9월만 되면 가장 바쁜 곳이 있다. 바로 각 기업의 대외협력팀이다. 그 중에서도 정치권과 관가(官街) 관계자들을 주로 만나는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9월을 보내고 있다.

매년 9월마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바쁜 것에는 이유가 있다. 9월 중하순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국정감사가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은 일정이 분리돼 진행된다. 오는 10일부터 23일까지 1차 국감이 진행되고 추석연휴를 쇤 뒤 10월 1일부터 8일까지 2차 국감이 진행된다.

각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매년 9월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거의 매일 살다시피 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들의 주된 임무는 각 기업의 총수나 전문 경영인들이 될 수 있으면 국감에 소환당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다.

각 당의 의원들은 국감을 준비하면서 언제부터인가 관례적으로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소환해 이들을 추궁하고 있다.

기업인의 국감 증인 소환은 사회 안팎의 부조리나 경제 문제에 대한 의견이나 대안 등을 들으려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업인을 국회의원 앞에 조아리게 하고 기업인들로부터 사과를 받고 자신의 인기를 올리려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나 통합 삼성물산의 탄생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 기업 관련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여야 의원들이 재계를 상대로 벼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재선·다선을 노리는 현직 의원들이 자신의 이름값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국감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반재벌 정서를 등에 업고 기업을 공격하면 의원 자신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이에 질세라 최근 들어 대관업무 담당자들을 대거 충원하는 등 맞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는 정치인들과 인맥이 두터운 계열사 중역 임원 출신이나 유력 정치인의 동향(同鄕) 출신 인사, 언론인 출신 등 다양한 이들이 일을 맡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총수나 전문 경영인이 업무를 제쳐두고 국회로 가서 증언하는 것을 큰 손해로 생각한다. 기업 경영으로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발언 기회를 기다리면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만큼 아까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각종 간식이나 약소한 선물 등을 들고 국회를 드나들고 있다. 때로는 의원실에서 피자나 치킨 등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의원 본인이나 의원들의 보좌관들과 만나면서 모종의 거래를 한다.

이를테면 총수의 국감 증인 출석이 유력한 A그룹의 경우 대관업무 담당자가 해당 상임위원회의 유력 의원이나 보좌관을 만난다. 대관업무 담당자는 총수를 증인 명단에서 빼주면 정치 후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총수는 증인 명단에서 빠진다.

또 주력 계열사 전문 경영인들의 국회 소환이 유력한 B그룹의 대관업무 담당자는 의원이나 보좌관을 만나 국감 증인 명단에서 해당자들을 제외하거나 국감 기간 중 최대한 약한 쪽으로 자신의 기업을 봐달라고 읍소한다.

이때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총선을 앞두고 열릴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나 의정보고회 때 적지 않은 후원을 하겠다고 약속하거나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하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가 있다.

국감을 앞두고 벌이는 이들의 일정이 워낙 빡빡한 탓에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만나야 할 정치인도 워낙 많지만 이들이 호의적으로 응대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앞에서의 모습과 달리 정작 뒤편에는 이들의 로비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관업무 담당자는 “20대 국회에서도 기업 때리기 일변도의 국감이 준비된다면 이는 모두에게 손해가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말로만 경제를 살리자고 하고 뒤로는 기업과 기업인을 괴롭히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우리 경제와 정치를 동시에 병들게 한다”며 “비효율적인 시간과 비용의 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국회가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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