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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한국판 폴 싱어’가 되려는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한국판 폴 싱어’가 되려는가

등록 2015.08.24 17:46

정백현

  기자

채권단, 금호산업 매각대금에 과도한 프리미엄 논란 증폭재계 일각서 박현주 회장 비판···“엘리엇과 다를 바 없다”금호산업 매각, 금융사 사익 추구보다 공익 우선시 돼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에 대한 수의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채권금융사 중 금호산업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래에셋의 태도에 대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시장의 분석과 달리 지나치게 매각대금을 높게 책정했다는 문제 때문이다.

24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지분을 보유한 55개 채권금융사 중 0.5% 이상의 금호산업 지분을 보유한 22개 금융사는 오는 25일까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제안한 금호산업 매각대금 제안액 수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박 회장 측은 지난 21일 1주당 3만7564원(총 6503억원)의 매각대금을 채권단 측에 제안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채권단 측은 1주당 5만9000원(총 1조218억원)에 지분을 팔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4일 거래 종가 기준으로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단순 가치는 약 2666억원(1731만주×1주당 1만5400원)에 불과하다. 단순 지분 가치가 3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회사를 1조원 이상의 금액에 팔겠다는 채권단의 태도에 비판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당초 채권단은 실사를 통해 주당 3만1000원, 총액 5366억원의 매각대금을 산정했다. 이 금액과 비교하면 박 회장의 제안은 약 1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고 채권단 제안에는 9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전체 55개 채권금융사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은 미래에셋이다. 미래에셋은 채권단 보유 지분 중에서 가장 많은 8.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미래에셋 측이 손해보전을 이유로 1조원대의 매각대금을 고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미래에셋의 사령탑인 박현주 회장 측이 금호산업과 채권금융사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동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박현주 회장이 지나치게 미래에셋이 보게 될 손해를 메울 생각에만 신경을 쓴다는 지적이 크다.

쉽게 말해 기업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해야 할 금융사가 본분을 잊고 사익에만 골몰하고 있어 오히려 기업의 회생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금호산업 매각 문제를 올 상반기 재계 최대 이슈였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삼성물산 합병 반대 공격 사례와 동일선상에서 비유하고 있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삼성물산을 공격해 이익을 취하려 했던 폴 싱어 엘리엇 회장처럼 박현주 회장도 박삼구 회장 측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금액의 매각대금을 받아내 손해를 메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 측의 태도가 폴 싱어 회장과 비슷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싱어 회장 측은 “어디까지나 삼성물산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미래에셋 측도 “이번 매각을 통해 투자된 자금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금호산업의 매각은 양대 민항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운영과 직결되는 만큼 사익 추구보다 국가 경제 전체의 시각에서 공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억울하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대금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금과 연계되기 때문에 회장의 뜻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투자 원금에 대한 손실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돈을 넘어 ‘인정(人情)’을 감안해서라도 이번 매각 협상을 지리멸렬한 돈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회장은 같은 광주 출신인데다 광주제일고 선후배 관계다. 38회 졸업생인 박삼구 회장이 박현주 회장보다 14년 선배다.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뿌리 깊게 박힌 학연과 지연 등을 감안할 때 협상의 장기화는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비판적 시각이 깊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은 장기화될수록 모두에게 손해”라며 “채권단이 지나치게 손해보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기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뜻에서 한 발짝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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