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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무녀굴’ 유선 “호러퀸? 차도녀? 사실은 허당녀가 정답”

[인터뷰] ‘퇴마: 무녀굴’ 유선 “호러퀸? 차도녀? 사실은 허당녀가 정답”

등록 2015.08.22 00:00

김재범

  기자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첫 느낌은 그랬다. 데뷔 때부터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피스 우먼의 카리스마와 조금은 차가운 도시적인 느낌이 강렬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이 같은 비슷한 감성의 배역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름까지 어딘지 모르게 도회적이다. ‘유선’이란 두 글자의 이름이 단순하게 차도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너무 앞선 느낌일까.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의 이름과 얼굴에서 풍기는 모습은 그랬다. 하지만 유선이 충무로 영화계의 ‘원조 호러퀸’이었고 지금도 유효하단 사실은 꽤 알려지지 않은 드문 팩트다. 영화 ‘4인용 식탁’부터 ‘가발’ ‘검은 집’ ‘이끼’까지 유선은 공포의 질 자체 다른 오싹함을 항상 작품을 통해서 선사해 왔다. 이번 ‘퇴마: 무녀굴’을 통해서도 유선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의 모습 하나만으로도 공포의 스토리는 완성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화 개봉 전 출연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의 허당끼 가득한 코믹 무대. 이건 유선의 또 다른, 아니 ‘엄마’ 혹은 ‘아줌마’ 유선의 진짜 모습이란다. 이 여배우 정말 묘한 매력이 철철 넘친다.

스릴러 혹은 공포나 호러 장르로서의 컴백은 2010년 ‘이끼’ 이후 처음이다. 사실 유선은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지만 의외로 ‘호러퀸’이란 타이틀로 불려왔다. 워낙 강렬한 작품에서 임팩트를 선사했기에 각인된 그의 모습을 떠 올리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끼’에서만 해도 비밀을 숨긴 채 움츠리고 있다가 마지막 단 한 장면에서 관객들의 뒷통수를 제대로 치는 그의 섬뜩하고도 소름 돋는 표정은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사실 이번에도 걱정은 했어요. 더군다나 이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처음 출연하는 장르 영화고, 이런 장르의 영화에 몇 번 출연했는데 그게 어떤 ‘퀸’이란 수식어까지 선사해 주시니 개인적으론 영광이면서도 부담이죠. 저보다 훨씬 뛰어난 선배님 후배님들이 즐비한데. 그런데 예전에 어떤 유명한 배우분이 그런 말을 하셨어요. ‘어떤 이미지로 규정되는 게 배우에겐 위험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문화된 배우로 남을 수도 있다’고. 지금은 오히려 좋아요.”

그를 장르에 특화된 연기자로 분류하는 것은 당연히 연기 내공의 수치화가 첫 번째일 것이다. 공포나 호러 등 여러 장르에 등장하면서 그는 자신의 출연 분량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몫을 120% 발휘한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눈빛으로 바라봐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해야 하는지 이미 훤히 꿰뚫고 있다. 물론 이번에는 좀 달랐단다. 소재 자체가 ‘빙의’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귀신 들린 연기에요. 이걸 경험을 해볼 수도 없고,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는 분을 쉽게 만날 수도 없고. 상상으로만 해봐야 하는데. 물론 연기 자체가 상상이니 그게 이유는 안되죠.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란 생각과 고민 그리고 가이드가 될 만한 게 없으니 온전히 저 혼자의 몫이잖아요. 정답을 모르겠으니 온전히 감독님에게 의지했죠. 호흡 하나 대사의 토씨 하나 표정까지. 전부요.”

‘빙의’란 소재는 1인 2역 수준의 연기와 소모되는 체력이나 감정이 비슷하다. 한 장면에서 한 신에서 한 컷 안에서 그는 극단의 캐릭터를 오락가락했다. 눈빛이 달라지고 표정이 달랐으며 외형적인 느낌의 아우라도 달리 발산해야 했다. CG수준의 변화를 온전히 연기로만 커버해야 했다. 이건 곤욕 수준을 넘어선 도전이다. 배우 입장에선.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생각 자체를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어떤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보니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고 감독님과의 대화로 실마리를 잡아가려고 노력했죠. 어차피 ‘빙의’가 연기고, 내가 그것을 연기하니 내 연기가 정답이라 생각하고 상상력의 제한을 파괴했죠. 글쎄요. 뭐할까. 내 안에 어떤 또 하나의 나가 있다? 영혼이 들어와 있다고 집중하고 앞으로 봤어요. 아우 갑자기 이상하다 느낌이 하하하.”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런 공포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에선 꼭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게 충무로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현장에서 ‘귀신을 봤다’ 혹은 ‘이상한 현상을 경험했다’ 등의 미스터리한 경험담이 쏟아진다. ‘퇴마: 무녀굴’에서도 유선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빙의’를 경험하는 캐릭터로서 당시의 기억은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고.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진짜 이상해요. 하루는 나만 촬영 분량이 없어서 대기실에 스탠드 하나 켜놓고 쪽잠을 자고 있었어요. 근데 자다가 좀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떴더니 정말 칠흙같이 어둡더라구요. 소리를 치고 누가 불 껐냐고 화를 내면서 대기실을 나왔죠. 그때 제가 분장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스태프들이 다들 놀라고. 하하하. 아직도 누가 불을 껐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몰라요(웃음)”

유선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다른 작품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지만 만의 하나라도 자신의 딸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모르게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순간에는 배우 유선, 혹은 ‘퇴마: 무녀굴’의 주인공 유선이 아닌 온전히 엄마 유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일상으로 캐릭터는 절대 끌고 오지 말자는 주의에요. 특히 이번에는 더 각별히 신경썼죠. 혹시라도 이제 겨우 걸음마를 땐 딸에게 어떤 악영향이 갈까봐서요. 촬영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현관문 열면 바로 전 엄마에요. 배우 유선과 가정에서의 엄마 유선을 완벽하게 분리하자는 게 이번에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었어요.”

개성 강한 캐릭터 혹은 이번 영화처럼 공포나 호러에 자주 이름을 올린 유선은 앞으로 가슴 따뜻한 멜로의 주인공 혹은 액션 영화의 히어로를 꿈꾼단다. 최근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엉뚱한 면모도 사실은 실제 ‘왕유선’(본명)의 모습 그대로라고. 그의 주변 지인들은 모두 알고 있는 배우 유선의 모습이 그렇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제가 너무 딱딱하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 진짜 허당이에요. 하하하. 너무 강한 이미지 때문인데, 사랑 얘기를 정말 해보고 싶어요. 웃긴 거 보단 정말 가슴 아픈 멜로, ‘파이란’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 하하하. 형사나 나쁜 조직의 여자 보스도 좋고. 아우 하고 싶은 거 너무 많다. 하하하.”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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