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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짐 싸는 엘리엇, 향후 행보는?

조용히 짐 싸는 엘리엇, 향후 행보는?

등록 2015.08.07 16:16

정백현

  기자

삼성물산 합병 공방 완패 후 공개적 활동 부쩍 줄어합병 발표 전 매입 지분 전량 처분···철수 가능성 ↑본안 소송 등 법정 공방 가능성 여전···승산은 적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난히 성사될 전망이다. 합병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졌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한도를 하회하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6일 자정까지 접수된 양사 통합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총 6702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주주 중에서는 1171만730주가 청구권 행사를 신청했고 제일모직 주주 중에서는 1주가 청구권을 행사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약이 취소될 수 있는 청구권 행사 한도는 1조5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청구권 행사 규모 집계 결과 이보다 훨씬 적은 6000억원대 후반으로 집계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을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은 모두 사라졌다.

삼성물산 측에서는 합병비율과 목적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지니먼트’(이하 엘리엇)와 일성신약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더불어 제일모직에서는 개인주주 1명이 딱 1주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했다.

엘리엇은 자신들이 보유한 7.12%의 지분 중 4.95%의 지분을 매수해달라고 삼성물산 측에 청구했고 일성신약 역시 윤석근 부회장과 회사가 보유했던 삼성물산 지분 2.37% 전량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엘리엇과 일성신약이 삼성물산 측에 청구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는 전체의 97.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나머지 주주들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삼성물산의 합병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합병 반대 세력이 사라진 만큼 통합 삼성물산의 탄생을 향한 나머지 과정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대 세력 중에서 가장 기세가 드셌던 엘리엇의 반응이 주주총회 이후 현재까지 줄곧 미적지근하다는 대목이 오히려 관심을 키우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7월 17일 합병 의결 주총 표 대결에서 완패했다. 엘리엇 측은 당시 판세를 박빙 또는 백중열세 수준으로 점쳤지만 투표함을 열어 본 결과 합병 찬성 지지율이 70%에 가까운 수준(69.53%)으로 나타나면서 엘리엇은 활동의 동력을 사실상 잃었다.

주총 이전 매일같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던 엘리엇은 주총 이후부터 별다른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마감일이 돼서야 합병 발표 이전에 매입한 지분을 사실상 모두 처분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엘리엇은 사실상 삼성물산의 물리적 공방에서 패했다. 더불어 금전적으로도 일부 이익을 보기는 했으나 기대와 달리 적지 않은 손해도 입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조만간 삼성물산에 대한 투자에서 손을 떼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청구권 행사로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2.17%가 됐다. 이마저도 제일모직과 합병이 완료되면 0.63%로 지분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투자자로서 회사 측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한도도 줄어든다.

따라서 앞으로 회사 경영에 있어서 주도적인 의견을 내기 어려운 만큼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기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엘리엇은 다른 나라에서 법정 공방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장기전으로 이익을 챙겨 온 전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한 번 법정 공방을 통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도 적잖다.

엘리엇은 6개월 이상 삼성물산의 지분 1%를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실질주주증명서를 발급받은 상태다. 실질주주증명서를 보유한 주주는 상법에 의해 주주대표소송이나 주주제안, 이사·감사 해임 청구 등에 나설 수 있다.

따라서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전에 주총 결의 내용에 대한 본안 소송 등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주총 이전에 진행된 법정 공방에서 재판부가 일제히 삼성의 편을 들었던 만큼 본안 소송으로 가더라도 엘리엇의 승산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보면 엘리엇의 현재 활동은 삼성물산 진영에서 철수하는 국면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이미 여러 상황을 볼 때 삼성에게 유리한 환경이 마련된 만큼 추가적인 공세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엘리엇에 이득이 될 확률은 적다”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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