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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정치·정책·노조 다 싫다···차라리 해외로

기업, 정치·정책·노조 다 싫다···차라리 해외로

등록 2015.05.12 09:34

정백현

  기자

삼성·현대차 등 생산시설 이미 해외 이전낮은 생산성·수익성 탓에 국내 U턴은 엄두도 못 내美·日, 정부가 당근주며 나서는데 우리만 나몰라라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지나친 생산시설 국내 이전 회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 사유도 모른 상황에서 당근도 없이 명분에만 집착해 정부가 애걸복걸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인도 첸나이에 소재한 현대자동차 인도공장 의장라인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지나친 생산시설 국내 이전 회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 사유도 모른 상황에서 당근도 없이 명분에만 집착해 정부가 애걸복걸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인도 첸나이에 소재한 현대자동차 인도공장 의장라인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지나친 생산시설 국내 이전 회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근은 없이 명분에만 집착한 상태에서 정부가 애걸복걸만 하고 있는 탓에 기업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다수의 제조업 생산시설은 국내와 해외로 이원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주력 제품을 만드는 공장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

국내 산업의 투톱으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이미 국내 생산 비중을 뛰어 넘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지난해 기준으로 94%가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다. 국내(구미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수량은 6%에 불과하다. 특히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생산량은 글로벌 총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해외 생산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중국, 체코, 슬로바키아, 인도, 러시아, 터키, 브라질 등 8개 국가에 15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은 350만대 언저리에 머무는 반면 해외 생산량은 400만대를 넘어섰다.

이들 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옮긴 것은 생산성과 수익성 탓이다. 내수 시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싶지만 높은 인건비와 각종 규제 탓에 더 이상의 내수 생산에서는 이익을 찾기 어려운 여건에 있다. 해외에서 만들어 국내로 되가져오는 물류비가 인건비보다 낮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인들이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생산을 늘리겠다는 취지의 발언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생산 원가와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현지 생산량을 높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국내공장 노조의 특근 거부 당시 “국내 생산량 손실의 대안을 해외에서 찾아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에서 탄생하고 자란 기업이라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우리 국민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명분만을 고집하면서 생산시설의 국내 이전과 국내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주문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현지공장 설립 등 해외 진출이 많았던 휴대전화와 자동차 업종이 국내 공장에서의 생산 확대를 통해 수출 부진을 타개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기업들이 솔선수범해서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나라가 어려우니 무조건 돌아와서 도우라”는 투의 협박으로도 들릴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스트레스가 더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직면한 상황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국가 경제 부흥만을 외치면서 기업의 희생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설명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의 국내 U턴을 채근하는 취지와 이유는 잘 알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은 국내와 해외 상관없이 이익이 많이 나는 지역 어디서든 이익을 창출해서 이를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내 공장의 운영 상황을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본다면 국내로 돌아오라는 고집을 부리지 않을 것”이라며 “공장을 넓히려면 정부가 규제를 하고 인력 조정을 하려면 노조가 강하게 들고 일어나는 상황에서 누가 국내에 투자하겠나”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정부가 이토록 기업들의 생산시설 국내 이전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웃나라 일본과 미국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유력 제조업체들은 잇달아 세계 각지에 산재하던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리고 있다.

일본은 캐논과 파나소닉, 소니, 샤프, 리코 등 유수의 제조업체들이 일본으로 생산시설을 이미 옮겼거나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업체들은 1980년대 일본의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업체들이다.

미국의 애플과 포드,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다수의 업체들이 돌아오면서 한동안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던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숫자가 약 50만개 가까이 늘었다. 내수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도 어느 정도 일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기꺼이 국내 U턴을 추진한 것은 각국 정부의 노력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U턴을 촉진하기 위해 공장 설립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해외에서 본국으로 생산시설을 되돌리는 기업에 설비 투자 세제혜택을 2년으로 늘리고 본국으로의 생산시설 이전 비용을 국가가 20% 정도 부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업이 원한다면 규제를 풀고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원칙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택도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매번 허언에만 그쳤다”며 “우리나라에서 우리 제품을 마음껏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행동으로 나선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기꺼이 국내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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