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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5-03-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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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司正한파]재계의 울분 ‘누가 투자하겠는가’

기업 수익성 악화 불구 투자 확대하겠다는 데
정부는 채용확대·임금인상 먼저 하라고 생떼
미래는 포기하고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꼼수
‘투자→성장→고용확대→임금인상’ 선순환돼야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대안을 놓고 정부와 재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파열음이 커지고다. 정부는 기업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재계는 투자를 통한 성장 선순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열렸던 경제부총리-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 두 번째)가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정부와 재계 사이의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서로간의 동반자 의식을 강조했지만 어느새 양 측의 관계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원수 관계처럼 변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 포럼 강연에서 “근로자의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야 내수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을 해 논란을 빚었다.

최 부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아예 노골적으로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에 임금 인상을 권고했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주 동력원인 기업과 함께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책 공조를 통해 내수 경기를 살리자는 뜻에 동의해왔다. 그러나 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위기가 커지면서 경기 부양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지운 셈이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근 정계와 재계의 정책 파열음이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책상에서 보는 경제 환경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제 환경의 차이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단기간 내에 경기 부양 효과를 보고 싶어 한다. 경기 부양이 곧 정부 지지율과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내수 시장을 활발하게 만들어 놔야 향후 정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

재계 역시 내수 경기 부양 효과를 빠른 시간 내에 보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동감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고 경영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와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재계가 방법적인 문제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정부는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내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인위적인 임금 인상과 채용 증대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기업은 투자를 늘려서 어느 정도의 실적을 올리고 이 실적을 바탕으로 근로자와 각종 시설에 재투자하는 것이 경기 부양의 올바른 선순환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부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비관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13일 경제장관-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은 정체됐고 수익은 크게 줄었다”며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정년 확대 때문에 기업들의 총 임금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임금 인상 요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재계의 반발이 커지자 최 부총리는 “임금 인상은 정부가 바라는 바지만 결국은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적절한 대안이라는 기존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근시안적인 정책 전망을 버리고 재계와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경기 부양 정책을 짜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신사업 기회 감소와 대외 경쟁 격화, 실적 하락 등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조력자의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근시안적인 경기 부양 정책은 짧은 순간의 전시 효과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항구적인 성장과 경기 호황을 위해서는 기업의 주장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환경을 바라보고 이에 맞춰서 경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단기 부양효과보다는 장기 성장활력 제고를 염두에 두고 정부가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일시적 일자리 창출이나 일회성 공공지출은 집행하기 쉽고 단기적인 부양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 효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며 우려했다.

강 연구원은 “정부가 내수 부양과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을 동시에 추구하려고 한다면 기업을 옥죄기보다 규제 개혁과 제도 정비 등을 통해 기업이 마음 놓고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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