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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 누굴 위한 司正인가

[기업司正한파]이 시점에 누굴 위한 司正인가

등록 2015.03.24 09:43

수정 2015.03.24 09:44

정백현

  기자

포스코 동부 경남기업에 동국제강 신세계 롯데까지유례없는 동시다발 司正···살생부 명단 있다 루머도임금인상·채용확대 안 먹히자 꺼내든 ‘기업 때리기’재계 “경제 살리려면 기업 숨통 터 줘야” 불만 폭발

새해 경영 계획 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경영에 나서야 할 재계가 때 아닌 암초를 만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에 대해서 최대한 관용과 여유를 제공하겠다던 정부의 표정이 하루아침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태도 변화는 1980년대 만화 ‘마징가 Z’에 등장하는 악역 ‘아수라 백작’을 연상케 한다. 아수라 백작은 남성과 여성이 반반씩 섞여서 등장한 만화 캐릭터로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태도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관용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 시점에 누굴 위한 司正인가 기사의 사진


올 3월 들어 정부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포스코건설을 비롯해 경남기업 등 일부 기업에는 압수수색이 단행됐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사정의 신호탄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진행했던 자원개발과 계열사 M&A 과정에서의 비리 문제를 정면으로 해부하겠다는 취지의 수사라고 하지만 여러 관점에서 볼 때 석연치 않다. 자원외교 문제와 연관이 없는 일부 기업도 수사 선상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과 동부그룹, 동국제강그룹에 이어 재계 5위 롯데그룹까지 오너 일가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신세계는 법인 계좌에서 발행된 당좌수표가 현금화돼 오너 일가의 계좌로 들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동부는 김준기 회장이 장부없이 거래가 이뤄지는 부외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김 회장의 자녀들에게 전달됐다는 정황이 의심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이 미국법인을 통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해외 도박 자금으로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수십억원의 현금이 부정하게 인출됐다는 정황이 검찰로부터 포착됐다.

각 기업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이며 정상적인 비용 처리가 와전된 것이라며 해명하고 있지만 정부의 칼끝은 여전히 재계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들 사건이 사정당국의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확실치 않아 ‘피해자’인 재계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최근 태도 변화에 재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기업인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겠다는 전향적 자세를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말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언론 매체를 통해 수형 중인 기업인에 대해 조기 출소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때만 하더라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직무 수행 평가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의견(약 49%)이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약 44%)에 비해 우세했다. 정국이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한 만큼 경제 살리기를 위해 기업인에 대한 빗장을 어느 정도 완화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잘하고 있다는 의견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의견이 60%를 넘기도 했다. 3월 둘째 주 기준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약 52%)이 훨씬 많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정부의 정책 코드가 기업 감싸기에서 기업 때리기로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만만한 대기업들을 공격해 기업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고 반대로 일반 서민들의 지지를 다시 얻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기업은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사정 강도가 거세지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기술력이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환율은 널뛰기 장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다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조금의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기업의 경영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혹은 정국 국면 전환을 꾀할 때마다 매번 희생양이 돼 오던 존재는 기업”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국면 전환에 기업이 희생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일관된 정책 기조로 기업을 대한다면 기업도 정부의 기조에 맞게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상황이라면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정부의 코드에 맞지 않으면 좋은 일을 하더라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입이 닳도록 내수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업을 괴롭히는 것은 반대로 경제를 죽이는 행위와 같다”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만 해놓고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주체를 공격하는 것은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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