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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외이사에 ‘낙하산’ 속속···지배구조 모범규준 ‘있으나 마나’

금융권 사외이사에 ‘낙하산’ 속속···지배구조 모범규준 ‘있으나 마나’

등록 2015.03.12 08:13

이지하

  기자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한다더니···‘정·관피아’ 잇따라 상륙 “법제화 통해 제도적인 실효성 확보해야”

금융회사 이사회 및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 또는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시행 석 달도 못 돼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입 취지와 반대로 금융권 사외이사 자리에 ‘정피아’와 ‘관피아’ 등 낙하산 인사가 속속 자리를 잡는가 하면 재벌 계열 금융사에서는 이를 무력화하는 예외조항마저 만들었다.

금융개혁에 앞서 지배구조 선진화 제도의 실효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사외이사의 다양성과 전문성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지난해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이루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모범규준에서는 사외이사의 핵심 자격요건을 제시했다. 독립성을 갖추고 금융, 경제, 경영, 회계 등 관련 분야의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요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모범규준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 됐다. 각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을 보면 오히려 정피아와 관피아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은행이 내정한 신규 사외이사 4명 중 3명은 정치권과 관련이 있었다. 이들은 40여년 정치권 생활을 한 홍일화씨, 행장과 같은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출신으로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정한기씨, 정치인 남편을 둔 천혜숙씨 등이다.

지난달 농협금융지주는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준규 전 검찰총장,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과 합쳐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관료, 금융당국 출신이다.

보험권에서도 관피아가 많다. 동부화재는 전 관세청장, 재무부 차관, 보험감독원장을 지낸 이수휴씨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씨는 감사위원(사외이사)으로 내정됐다.

한화손해보험은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롯데손해보험은 이광범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또다른 핵심 내용은 최고경영자(CEO)의 자격을 명확하게 규정했다는 데 있다.

모범규준 32조는 CEO의 자격으로 ‘금융의 목표와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부나 금융지주사, 재벌그룹 등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갖추지 못한 CEO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그러나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계열 금융사는 최근 내놓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서 별도의 예외 규정을 뒀다.

이들은 모범규준 32조를 받아들였지만 곧바로 ‘다만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로서의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할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덧붙였다.

이는 금융 경험이나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CEO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CEO의 자격을 금융 전문인으로 제한한 32조 규정을 무력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법에 비유하자면 그 밑에 하위법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배구조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정피아, 관피아 등을 진출시키려는 의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모범규준이 유명무실해진 만큼 이제는 법제화를 통해 제도적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하 기자 oat123@

뉴스웨이 이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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