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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발주공사 甲질 ‘공기업→건설사→하청업체→인부로’ 대물림

공공 발주공사 甲질 ‘공기업→건설사→하청업체→인부로’ 대물림

등록 2015.01.20 16:34

수정 2015.01.20 18:48

서승범

  기자

LH 등 공기업 단가 무시하고 공사비 강제로 낮춰
공사대금 받고도 근로자 임금 밀리는 일 ‘다반사’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서승범 기자 seo6100@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서승범 기자 seo6100@


건설업계의 갑질이 공기업을 시작으로 원청업체인 건설사, 하청업체, 인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은 이미 단가를 정해놓고 건설사에 압박을 넣어 공사비를 낮추고, 건설사들은 하청업체에게 줄 공사대금을 미루거나 미분양 아파트 등을 강매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청업체들도 원청사로부터 대금을 받고 근로자들에게 임금과 장비대여료 등을 미루면서 갑질에 합류하고 있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자신이 발주한 공사에서 건설사와 협의를 거쳐 단가를 정해 놓고도 계약할 때 일방적으로 가격을 낮춰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깎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LH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금액 23억1300만원, 간접노무비와 일반관리비 등 간접 공사비 25억8200만원을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공사에서 자신이 필요에 따라 공사비를 증액하면서도 단가를 정당한 금액보다 낮게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의 갑질은 더 심하다. 실투입비(노무·장비·자재·기타경비) 삭감강요와 공사대금 미지급 등은 흔하게 행해지는 건설사들의 전형적인 갑질 행태다.

건설사의 갑질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 H건설은 하도급 거래를 조건으로 하청업자들에게 골프회원권·미분양 아파트 등을 강매했다가 공정위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H건설은 지난 2008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18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거래를 조건으로 자신의 계열회사가 소유한 골프회원권 18개를 매도했다.

하도급사들은 원청에서부터 돈을 지급받고도 인부들의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에 따르면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지급게돼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이달 일한 임금을 내달 말이나 그 다음달 말에 받는 일이 다반사다.

현장 한 인부는 “유보인금(속칭 쓰메끼리)이 우리 같은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우리한테는 당장 돈이 급한데 건설업계엔 이같이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관행처럼 뿌리 밖혔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이 건설업계 갑질이 판을 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관행’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원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에서 갑질이 계속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계약 문화’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원청이나 발주처에서 ‘이번 사업만 할 거냐, 다음에 보존해라’는 식으로 가불을 강요하는 탓에 이것이 사다리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경기가 좋다 보니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고 하도급업체도 어디까지 감당했었으나 최근에는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관행을 버리고 ‘계약서’대로 흘러가는 문화가 자리를 잡지 않는 이상 이러한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승범 기자 seo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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