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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그의 새로운 음악은 들을 수 없지만···

[NW기획] 신해철, 그의 새로운 음악은 들을 수 없지만···

등록 2014.11.04 17:47

이이슬

  기자

우리는 고(故) 신해철의 새로운 음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많은 선·후배 음악인들은 그를 추모했고,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떨궜다.

3일 방송된 MBC 다큐스페셜 ‘신해철, 마왕이라고 불리운 사나이’ 편에서는 신해철을 추모하는 특집 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달 27일 오후 8시 47분 대중의 곁을 떠난 신해철의 절친 신대철, 방송인 허지웅과 후배가수 이승기가 출연해 고인과의 추억을 나눴다.

故 신해철 / 사진 = 공동취재단 제공 故 신해철 / 사진 = 공동취재단 제공


◆ 음악인 신해철, 음악 없이 그는 외로웠다

신해철은 6년이라는 공백기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마 그 과정에서 외로웠을 것이다.

밴드 넥스트 기타리스트 정기송은 “올해 초 갑자기 신해철에게 전화가 왔다. 집에서 고기를 구워 줄테니까 지인들이나 밥 한 번 먹자, 외롭다고 했다. 한동안 그가 음악 활동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외롭다더라) 그래서 음악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해철은 불과 얼마 전까지 밤샘 녹음 작업을 하고, 곡을 완성시켰다. 6년 만의 복귀 무대에 서는 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을까? 솔로 앨범에는 그의 모은 것을 쏟았다.

지난 6월 신해철 6집 ‘리부트 마이셀프’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신해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얼굴이었다. 신해철은 팬들에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공백이 6년이나 됐는지 잘 몰랐다. 여러분들을 위해서 봉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신해철은 팬들의 앵콜 요청에 신해철은 자신이 죽고 나서 뜰 것이라며, 장례식장에 울려 퍼질 것이라던 ‘민물장어의 꿈’을 무반주로 부르기 시작했다. 정말 슬프게도 그의 예상을 적중했다. 많은 팬들은 그와 함께 입을 모았고, 떼창을 이루며 쇼케이스는 마무리 됐다.

◆ “함께 킹크랩 먹으러 가자던 사람이 어떻게···”

모 잡지사의 편집장으로 있는 동안 인연을 맺은 뒤로 신해철과 술친구가 됐다는 허지웅은 “신해철은 음악이 이렇게 즐겁고 자신에게 희망이 되는 일인 줄 잊고 있었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또 이날 허지웅은 고인과 생전에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나는 정말 100% 형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었다.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진 = MBC '다큐스페셜'에 출연한 허지웅사진 = MBC '다큐스페셜'에 출연한 허지웅



허지웅이 고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에서 신해철은 자신의 체중감량 소식을 전하며 함께 킹크랩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허지웅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 만에 병원에 가고 또 거기 병원에서 그렇게 됐으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를 열창하며 강렬한 데뷔무대를 선보인 이후 국내 최초로 낸 미디 음반, N.EX.T 밴드에서 보여준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록발라드, 96년에 윤상과 ‘노댄스’를 결성해 발매한 테크노 음악까지 끝없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 따뜻했던, 생각과는 달랐던 음악인, 신해철

그는 특히 생활이 어려운 인디밴드와 신인들에게 마음을 많이 썼다. 가수 이승기 역시 데뷔 전, 신해철의 도움을 받았다. 고등학생이었던 그에게 신해철은 선뜻 곡을 내주었다. 이승기의 1집 앨범 속 첫 곡과 끝 곡인 ‘시작’과 ‘앵콜’은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곡들이었다.

사진 = MBC '다큐스페셜'에 출연한 이승기사진 = MBC '다큐스페셜'에 출연한 이승기


이날 이승기는 “정말 따뜻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고 신해철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진심으로 음악을 하고 싶은 어떤 고등학생에게 정말로 진정성 있게 ‘네 이름이 승기라고 했니?’라고 물으면서 다가와 주셨다”며 “진지하게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어떤 색깔이 나왔으면 좋겠는지, 그런 의견들을 참 많이 물어보셨다”고 그를 회상했다.

한편 신해철은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뒤 다음날 퇴원했지만 이후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하다 20일 새벽 응급조치를 받은 뒤 퇴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다시 통증을 호소해 재입원 뒤 검사 후 21일 퇴원했지만 22일 새벽 통증을 느껴 서울 아산 병원으로 후송됐고, 이후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장 수술 등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고 엿새째만에 숨을 거둬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는 결국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6세. 유족으로는 아내 윤원희씨와 1남 1녀가 있다.

◆ 왜 그는 갑자기 떠나야 했나?

지난 3일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소장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故 신해철의 1차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과수는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 당시나 이와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천공이 이 수술 부위와 인접해 발생했다”며 “천공이 생기는 원인은 주로 외상, 질병 등이 흔한지만 신씨의 경우 수술 부위와 인접돼 발생했고 부검 소견상 심낭 내에 깨와 같은 음식 이물질이 발견됐다. 의인성 손상의 가능성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해철의 장례는 11월 5일 오전 9시 서울 아산병원에서 발인하여 화장 및 안치는 절차대로 진행되며, 국과수 부검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통해 유족 및 소속사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하루 아침에 세상과 작별한 신해철, 그의 이름 앞에 고(故)라는 글자가 붙어있는 게 아직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 그의 음악과 무대를 보고있으면 아직도 그가 살아있는 것 같다. 그는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많은 음악이 그를 추모할 것이다.

그는 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았을까? ‘왜’ 라는 물음이 완벽한 답으로 충족되는 그날까지, 그를 추모하는 많은 이들이 그와 함께할 것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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