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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장단의 열공 ‘열등기업 얕보기는 몰락의 지름길’

삼성 사장단의 열공 ‘열등기업 얕보기는 몰락의 지름길’

등록 2014.08.20 11:36

정백현

  기자

수요 정례 사장단 회의서 김한얼 홍익대 교수 초청···범선·코닥 몰락 사례 언급

삼성그룹 사장단이 시장 열등주자의 강도 높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수요 정례 사장단 회의를 열고 김한얼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초청한 가운데 ‘가치 혁신과 지속성장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실시했다.

김 교수는 “성공한 기업,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등 기업이 갑자기 몰락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며 “광속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상대 시장의 수준이 열등하다고 판단돼도 이를 무시하지 말고 현장의 눈으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시장 선도제품과 열등제품의 역전 사례로 범선과 증기선을 들었다. 1800년대 초 수상 운송 시장을 주름 잡던 배의 종류는 범선이었다.

이후 새로운 기술을 내세운 증기선이 등장해 100여년을 범선과 공존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범선을 주된 운송도구로 사용했다. 증기선은 범선에 비해 규모도 작고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범선의 비교 상대가 되지 못했다.

범선을 제조하던 기업들은 증기선의 기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이를 열등제품으로 치부하며 범선 제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기술의 혁신을 통해 규모와 동력을 키운 증기선이 육상(강·운하) 운송은 물론 해상 운송 시장까지 파고들자 범선이 주름잡던 시장의 중심은 증기선으로 넘어갔고 범선을 만들던 기업들은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김 교수가 ‘몰락한 기업’으로 언급한 또 하나의 사례는 필름 제조사로 명성을 떨쳤던 ‘이스트먼 코닥(이하 코닥)’이다.

아날로그 필름과 카메라업계의 왕자였던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향후 아날로그 필름 시장을 장악해 코닥의 앞날을 오히려 어둡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 기술의 상용화를 중지시키는 억제 정책을 폈다.

코닥의 디지털 카메라 기술 상용화 억제 정책은 20여년 뒤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디지털 카메라의 편리성과 대중성을 앞세워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공격적으로 보급했고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의 판매량은 급속도로 줄었다.

결국 수익성 악화의 굴레에 빠진 코닥은 2012년 파산했고 오늘의 코닥을 키운 카메라와 필름 생산·판매 사업은 외부로 매각되거나 철수되는 불운을 겪었다.

김 교수는 “지금 시장에서 열등한 위치에 있는 기업과 제품이라고 해도 기술을 면밀히 보면 결코 열등하지 않다”며 “변화하는 시장에서 1등을 지키기 위해서는 열등한 시장으로 파고들어 현장의 눈으로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김 교수의 강의에 대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공세를 감안해 삼성 사장단 안팎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열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겸 전무는 20일 사장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의 내부 분위기와 이번 강의의 연관성은 적고 의도적으로 이런 주제의 강의를 준비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이 1등을 하고 있는 제품이 많다”면서 “이날 강의가 삼성에 위협이 되는 회사와 제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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